오래 살다 보니 참 희한한 일을 많이 겪게 되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야당 정치인만 끼면 모든 진실이 묻혀버리는지, 그들이 늘어놓는 말을 들으면 이쪽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 또 저쪽도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혼란이 온다. 국민들조차도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밀물. 썰물이 밀려오고 가듯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는 무관심으로, 관심을 갖지 않아도 좋은 것에는 불편할 만큼 관심을 갖는다.

정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언론마저 정도를 걷기보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한쪽으로 치우쳐 ‘선동 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듣는 언어가 ‘이념논쟁,’ ‘안보위기’다. 또 ‘사실이 아니다’ ‘~카더라’ ‘나는 모르는 일이다’ 등등. 정말 모르는 일이고 모르는 관계일까? 대부분 문제가 된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에게 질문을 하면 모두가 다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면피가 되는 줄 착각하는 것 같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여. 야가 보는 시각이 각기 다 다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들의 입장만 관철하려 하면서도 소통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론도 편파보도를 하면서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것을 듣고 보지만 심리적 거리감만 더 커질 뿐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도, 언론도 신뢰가 가지 않으니 불안감만 더 해진다.

타당성이나 논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도 없이 선무당이 애매한 사람 잡듯 경쟁적으로 ‘박 대통령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언론매체들, 하야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언론들이 외면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혜화동에서 청년들이 ‘박근혜 물러가라’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았다. 한 방송사에서 현장을 취재하며 박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jtbc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취재원에게 “공정하게 보도를 하려면 하야를 요구하는 쪽만 인터뷰하지 말고, 하야를 반대하는 시위대도 취재와 인터뷰를 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했더니 멋쩍게 웃는다. 가소롭다는 듯이.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는 것도 슬픈데 이제는 언론조차도 믿을 수 없으니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이나 언론방송매체에 식상해지고,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으로 갈라진 준 전시상태에서 북한과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전교조, 노동조합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자칫 분단국가임을 잊고 안보에 무관심해지고, 부정적 태도를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사회가 언제인가부터 개인의 욕망과 감성만으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는 이념 없는 사회, 신념 없는 이기주의로 전락되었다. 합리성과 이성적 판단을 가장한 사이비 이념과,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 우파의 대립구조로 대한민국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흑백 이념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결국 선거에서도 인물과 인격을 기준으로 뽑기보다 진보와 보수의 선호도로 투표를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준법이 아닌 위법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무법천지가 되었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더 판을 치는 추악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계륵’ 같은 정치인들이 이 사회를 그렇게 만들었다. 촛불시위의 원인이 된 ‘최순실 비리’ 사건, 어제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누구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의 권력을 휘두르고 지위를 남용한다.

이런 사회구조에서는 저급한 개인적 탐욕을 채우는 것 이상의 숭고한 삶의 목표나 가치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지위나 권력은 봉사의 수단이 아니라 핍박과 억압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갑 질이 판을 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존경을 받는다.

특히 정치인이 되면 하나같이 거짓말쟁이가 된다. 숨 쉬는 것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사 오리발을 닭발이라고 우기며 남을 헐뜯는다. 나라가 이렇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건 물론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

그림자 같은 분신 ‘한 사람’ 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겼으며 직언을 할 인재를 옆에 두지 않은 무능함 등은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최고 지도자가 사심으로 중심을 잃고 올바른 일을 하지 않으면 하부 조직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중심을 잃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서로 간에 대한 신뢰는 물론 공동의 목표를 위한 희생과 협동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포승줄에 묶이는 대통령 측근들, 모두가 그동안 대통령 잘 모시고 비위를 맞추는 바람에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들이다.

직언을 한 사람은 모가지가 잘린다. 불법임에도 윗사람 비위만 맞추고 받는 사람은 승승장구했으니 다들 능력 운운하며 눈을 감고 쉬쉬했던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대통령 측근들이 장님. 벙어리 노릇 톡톡히 한 대가로 계속해서 요직에 등용되고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며 나라를 망치는 일등 공신이 된 것이다.

포승줄에 묶이면서 봇물 터지듯 사방에서 숨겨진 비리들이 드러나기도 하면서 적(敵)도 생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안종범 조정 수석의 경우도 그동안 실세의 한 사람으로 주위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위세를 부렸지만 구속되면서 그동안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그 이전 대통령들에게도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비리를 저질렀다. 그런 측근 비리가 없으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역대 대통령들이 다 그랬다. 그때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로 끝났다.

시위도 없었고 정치권에서 탄핵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전례가 있음에도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권도, 국민도 가혹하게 성토하며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행위보다, 미운 털이 더 많이 박혔기 때문이다.

이참에 우리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은 군대식 상명하복(上命下服)을 뒤돌아보았으면 한다.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자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불법, 탈세, 비리를 저지르며 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것도 환관. 내시처럼 군주에게 진언을 하지 않고 복종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따른 명예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런 명예는 세상이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름이나 품위로 자신의 직분을 다 할 때 주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본분을 다 할 때 비로소 이 사회가 성숙한 사회, 밝고 맑은 사회가 될 것이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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