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에 냄새가 진동한다.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지긋지긋한 쉰내가 코를 막을 정도로 물씬 풍긴다. 악취(惡臭)에 구치(口臭)까지 썩은 냄새다. 자기 속셈, 자파 이익에 따라 서로가 풍기는 참으로 역겨운 입 냄새다.

때아닌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쑥밭이 되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 호’가 좌초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이는 눈앞의 것만 가지려고 탐욕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은 군인이나 하는 것이다. 정치는 타협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가 이 씨 조선 후예 아니랄까, 정치권은 여전히 정당정파, 계파 싸움을 일삼으며 배가 침몰하는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마음이 되어도 역부족인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이 서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파 논쟁을 하면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

조소거리가 되는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긴 안목으로 보는 것이 아닌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정부를 압박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최순실 사건은 검찰에 몫이다. 모든 것을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상임위원회가 열려 예산 등 정책을 논하면 된다.

그런데도 국회가 최순실 사건에 매달려 본연의 직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분명 회기가 있는데도 직무를 유기하면서까지 최순실 흠집 내기로 하루 일정을 보낸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최순실의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 안 된 사생활까지 들춰내며 국민들을 자극하고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억울하고 분한 것은 오직 국민뿐이다.

“백성들은 분노에 사로잡혔다. 관리들은 그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모든 것이 퇴보하고 무너지고 있다. 내일 무슨 변란이 일어난다 해도 오늘만 별일 없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니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사방에서 백성들이 분노하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국가와 백성 사이에 진정성이나 신뢰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정치인들은 나라가 위태롭게 되었어도,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신경도 안 쓴다. 오직 자신의 이권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백성들은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속수무책이다.”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 씨 조선 5백 년을 생각해보자. 조선은 이성계가 썩어 빠진 고려를 무너트리고 새롭게 세운 나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정치인들이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펴기보다는 당파를 만들고 계파로 갈라져 자기 부(富)를 위한 논쟁만 일삼으며 당파싸움만 하던 조선이다.

또 일본을 파악하기 위해 사절단을 보냈을 때 계파가 다른 두 신하가 본 ‘풍신 수길’의 형상에 대한 보고에서도 소수 계파의 판단이 무시된 바 있다.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 보니 결국은 ‘쪽바리’라고 비웃었던 일본에 속국이 되어 36년간 나라 없는 서러움을 당했다.

정치인들의 사리사욕과 그릇된 판단 때문에 애꿎은 백성들은 나라와 이름까지도 빼앗긴 채, 학대를 받으며 생명을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그런 우리 민족이고, 그런 나라다. 그런 우리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사례를 들며 한 지인(知人)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히 서서히 망해가던 구(舊)한말과 흡사하다며 한탄의 긴 한숨을 내쉰다. 가히 설화(舌禍)와 필화(筆禍)의 대중 시대라 고해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은 대한민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에서 온갖 의혹과 거짓으로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잘 나가던 기업인들은 물론, 그야말로 장삼이사까지도 숱한 설화와 필화에 고초를 겪는다. 요즘 특히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낱말이 ‘퇴진’ ‘하야’ ‘거국 내각’ 등이다.

이 단어들은 어설프기도 하지만 곧 우리 곁을 찾아올 동장군같이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몸속 깊이 썩은 고름이 배여 있는데도, 대수술로 도려내야 할 부분이 많은데도, 썩은 생선 비린내로 악취를 풍기는 정치인들이 대통령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

국가의 앞날에 영향을 줄 민생정책 결정은 뒤로하고, 그 타당성이나 논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주홍 글씨’처럼 얼렁뚱땅 언론 재판을 하며 인격을 훼손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다. 최순실 사건이 엉뚱하게도 대통령을 탄핵하는 시위 분위기로 가면서 국가 혼란의 시대로 들어간 것 같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하야’ ‘퇴진’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은 불안과 함께 식상해 짜증 내고 있는 것을 언론인과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 준 것은 사실이고 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최고 지도자로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그런 실망감에 빠진 국민들이 당연하게 거리로 나와 시국 선언을 하며 시위도 할 수 있다. 그 자체를 부인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이념을 달리하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퇴진’과 ‘하야’ 요구는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된다. 국가 존폐가 달렸기 때문이다. 하야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슬프게도 대안이 없다. 더구나 야당의 언어와 행동들이 이념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특히 문재인. 박지원의 과거 행태로 보아, 지도자들과 야당을 신뢰를 할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자칫 불순 세력들이 ‘광주 5.18 사건’ 때처럼 시위대에 참가해 국민들을 유언비어로 부추기면서 북한에 이롭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은 내각제로 가고 정권이 바뀐 후 그때 가서 법적인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다.

정치인의 말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독(毒)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문재인, 박지원이 그렇다. 지나치게 늦어도, 너무 빨라도 자기 몸에 스스로 쇠사슬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더 국가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최순실 사건으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실책이 아니라, 문재인과 박지원의 진짜 속마음이다.

박 대통령의 실책은 그래도 나라를 잃게 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小貪大失) 그래서 12일 시위가 우려된다. 자유의사표시도 좋지만 어떤 처사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북한이 핵 발사를 할지 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대응태세는 갖춰야 한다.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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