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내 입에서 뱉은 말이다. 둘째는 시위를 떠난 화살촉이다. 셋째로는 세월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시위를 떠난 화살 역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흘러간 세월 역시 흐르는 강물과도 같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살다 보면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또 기분 좋은 말이 있고, 기분 나쁜 말, 가슴 아프게 하는 말도 있다.

날 선 칼날보다 더 예리하고 날카로운 게 혀(舌)에서 나오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눈물과 실망과, 절망의 말이 될 수도 있고, 때론, 기쁨과 희망의 말이 되기도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유능하고 선(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능하고 악(惡)한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그 말 한마디로 좋은 인연, 악연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대하며 많은 말을 하는 우리다.

물론 연약한 인간이기에 좋은 말도 하지만 듣기 싫은 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교육을 받은 고등 동물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생각할 수도 있고,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화가 치밀어도, 서운함이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자제하며, 좋은 말, 고운 말을 할 수 있다. 쉽게 목을 타고 나오는 말 한마디가 듣는 상대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되기도 하고,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말속에는 진실이 담겨있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던진 내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떤 상처와 아픔을 주게 되는지를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타인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 마디의 말을 할 때도 우리는 헤아릴 줄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한 식당을 들어갔다.

그런데 손님 한 분이 “이 식당 반찬이 뭐 이래, 맛도 없고 엉망인데 손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따위 반찬을 내놓는 거여. 이런 식당은 문을 닫게 해야 한다”라고 큰소리로 떠들며 주위의 동조를 바랐으나 다른 손님들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자 멋쩍은 모습으로 식당을 나갔다.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면 밥 외에도 여러 가지 반찬이 나온다. 그 반찬 중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도 있고,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자신은 그 반찬을 싫어하지만 또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주인을 불러 그 반찬을 없애라며 만약 그 반찬을 계속해서 갖다 놓는다면 앞으로는 이 식당에 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면,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

자신의 입맛만 생각하고 굳이 반찬을 빼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맛있고, 맛없는 것은 느끼지만, 그 맛을 느끼는 만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맛을 느끼는 것보다 부족한 것 같다.

이례적인 말이지만,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의 성품에 대해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하면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지만, 거친 말, 나쁜 말을 하면 나쁜 사람, 불편한 사람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의 향기로움을 어느 때보다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현실에서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자칫 상처가 난 부분을 아프냐며 어루만져 준다는 것이 그의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은 득(得)이 되라고 한 말이 오히려 상대에게는 상처가 되고 실(失)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자신만을 생각하다 보면 말에 실수도 생기고 또 오해를 하게도 한다. 특히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좀 더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더 가슴에 가득하다면, 이 사회는 지금처럼 삭막한 세상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구 내뱉은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무척 인색하다.

자신이 한 말 한마디가 남에게 커다란 상처가 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둔해졌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대수롭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설령,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가볍게 사과 정도로 넘기려 한다.

특히 많이 배웠다고 자처하는 지식인들이 더더욱 그렇다. 피부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딱지가 앉고, 새 살이 돋아나면 깨끗한 피부가 될 수 있지만, 가슴속에 난 상처는 딱지가 앉고, 새 날이 돋아나기는커녕 언제나 아물지 않고, 아프기만 하다.

내가 누구의 말 한마디로 가슴속 깊이 상처를 받은 것처럼, 자신의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고 통환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그 누군가를 생각해보자. 내가 받은 상처만큼 또 다른 사람이 내 말 한마디로 받은 상처의 아픔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교육을 받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연약한 속살에 감춰진 상처의 아픔이 가슴 깊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여전히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는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다는 것이다.

완전한 인간이 아니라 비난의 말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말을 해주는 덕분에 그들에게 위로받으며, 마음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를 줄도 알고, 또 밴드를 붙일 만큼의 여유도 생겼다.

깊은 상처로 울먹이고 있는 내 어깨를 가만히 잡아주는 따뜻한 손. 그리고 아주 보잘 것 없는 내 말도 조용히 앉아 말없이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 한 사람이 힘을 얻고 살아간다는 것을,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고 고집하기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기도하는 그런 마음들이 더 우리 가슴에 가득한 가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나의 환한 미소가 담긴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로 오늘도 편안한 하루를 맞이하기를 소망해본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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