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어 한동안 혼란 예상…우려 섞인 기대도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의약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제약사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사례별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최초 적발될 경우 '본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동안 몸을 사리겠다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수 등이 특정 금액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으면 처벌을 받게 되는 법으로, 직무 연관성이 있을 경우 1회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 허용된다.

위반행위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소속 법인이나 단체도 처벌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법인이나 단체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는 면책된다.

김영란법은 명확하지 않은 조항과 함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구체화되는 기준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조언이다.

애매한 조항으로 한동안 혼란 불가피

대표적으로 제약사의 제품설명회의 경우 참석자에 대해 선물을 포함해 10만원까지 식사제공이 허용된다.

그러나 제공되는 선물의 단가를 출고가로 인정할 것인지, 소비자가격으로 인정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경우 숙박은 예외에 해당하며 약사법 상 금액기준이 없어 공무원 여비규정을 따라야한다.

연구비지원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원익위원회 간 유권해석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다.
 
우선은 법률상 의무에 따라 시행되는 PMS(시판 후 조사) 이외의 연구자주도 연구지원 등 의학연구는 연구비를 세부항목으로 기재하고 시간당 요율을 정해 지급해야 한다.

또 학교법인이 아닌 사립병원에 근무하면서 동시에 의대교수로 재직 중인 의사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

일례로 서울대병원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근무자 모두 교직원에 해당돼 법 적용대상이 된다. 연세의료원도 학교법인이어서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반면 복지재단이 설립 주최인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할 경우 법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근무자 소속이 성균관의대나 울산의대로 학교법인에 포함될 경우에는 법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어 확인해야 한다.

명예교수, 석좌교수, 시간강사, 조교, 외래교수 중 교직원에 해당하는 직급은 무엇일까? 법적으로는 조교만 교직원에 해당된다.

시간강사는 2018년 1월부터 교직원에 포함되며 명예교수와 석좌교수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명예교수와 석좌교수는 법적으로 교직원에서 제외돼야 하지만 해당 학교법인에서 어떻게 예우하는가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직급 선별은 제품설명회 이외의 경우 여비 지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약사 CP 강화…리베이트 수법 지능화 우려도

기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을 시행해왔던 제약사들은 첫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직원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본사는 물론 전국 사업장, 계열사 직원들까지 대상으로 자체 설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그룹차원에서 CP 강화를 선포하기도 했다.

불법 리베이트 의심기업 설문조사를 강행하면서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한국제약협회도 CP전문위원회를 구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한편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한층 더 교묘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5·10으로 제한이 있지만 어떻게든 편법이 생길 것"이라며 "그래도 당분간은 선례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제3자에 의한 청탁이나 여러가지 새로운 기법이 나올 수 있는데 모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한꺼번에 바뀌기 보다는 천천히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법 시행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있지만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리베이트 쌍벌제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담은 것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리베이트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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