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배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미래를 걱정했다. 식사가 끝나 갈 무렵 그 후배는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인의 근성이 나빠,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헐뜯고, 모함을 하다 보니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권위주의와 서열 문화, 지역갈등으로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출해도 인맥이 없다보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재를 알아 보지도 못하고 대우도 엉망이라며 울분을 토해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불만만 하는 후배에게 위로 차원에서 그럼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지 그랬느냐고 물었다.

그는 바로 애초에는 한국 올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다며 사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일해 볼 마음으로 한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너무 답답하고 사람 사는 곳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붙임성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 싫고 좋은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내색을 하지 않으니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면 학위를 받은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지 한국은 왜 왔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랬더니 미국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미국인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처럼 상냥하거나 식사 값을 먼저 내거나 하는 것은 없고, 무뚝뚝하고 개인 주의자들로 남을 생각하지 않고 살벌해서 싫다고 했다.

또한 미국에는 동양인인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덧붙여 말한다. 서울처럼 교통도 편리하지 않고, 물가도 비싸고, 의료비도 비싸,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도 했다. 이쯤에서 그 후배가 측은해 보였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은 없고, 모든 문제는 다 외부에만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그랬다. 미국과 일본에 체류하다 마음에 맞지 않아 자기 스스로가 한국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하나도 책임을 느끼지 않고, 무조건 외부나 남 탓만 하는 것이 안타깝게만 여겨진다.

문제는 본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는 바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란 자기 마음대로 되는 세상은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불만과 원망만 늘어나고 불행한 심리상태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 후배를 보면서 느끼는 게 있었다. 인간의 마음처럼 이상한 동물은 없다는 것. 평탄한 길에 조그만 구렁텅이가 있어도 원망을 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험난하고 캄캄한 밤길에서 작은 불빛만 보고도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려한 호화 저택에서 살면서도 늘 불평하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가 단칸방에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범사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감사는 환경이 아닌 마음에 달려있다.

오래전 북한과 옛 공산주의 나라인 러시아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공산주의 체제인 나라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다. 또 언어에서도 없는 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두 번째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없다.

투쟁으로 얻은 나라라서 일까. 온통 ‘모심기 투쟁’ ‘벼 베기 작전’이라는 강한 톤의 말만 사용한다. 엉뚱한 말을 하자면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감사할 줄도 모르고, 더더욱 사랑을 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남을 탓하고, 원망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게 고작이다.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고 바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닮았다. 우리는 불평불만을 하기 전 우선 자신을 먼저 돌이켜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명예와 재물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먹을 것은 시(時)도 때(日)도 없이 챙기려 하면서도, 마음은 챙기지 않으려고 한다. 귀히 여기고, 대접을 받으려면 결국 사람값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말이다.

귀히 여기는 것의 반대는 무엇일까. 천한 것일 수도 있고, 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흔한 것은 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기와 물과 바람은 흔하게 생각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천하지 않고, 매우 귀한 존재다.

우리는 감사할 줄을 알아야 한다. 감사는 숨은 보석과 같아 찾아야 발견할 수 있고, 생활에 습관화가 되어서 감사하는 삶이 될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은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해주는 사랑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감사는 다른 사람을 새롭게 보는 눈이 되고,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주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불만으로 가득 찬 후배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더 어둡게 보인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는 인생이란 고난의 행군이라고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렇게 몇 시간을 불만을 터뜨렸는데도 한국의 생활이 무척이나 억울한 것 같다. 그 후배에게, 고난의 유익함을 들려주고 싶었다. 딱 세 개다. 고난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준다. 고난은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를 자연스럽게 가려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집단 고난은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난의 기억들은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만든다. 지금 이 단란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려면 감사가 넘치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바라기는 감사로 인해 이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머지않아 추운 겨울이 올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덥다고 불평만 하던 여름을 감사하며 그리워하겠지.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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