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도 떨어지고 개인정보유출 문제도...환자·의사간 교류는 대체하기 힘들어

바야흐로 집에서도 IT기기로 자신의 신체와 정신질환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IT기기로 정신상태와 질환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선결문제로 ▲측정가능한 범위 한정 ▲민감도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이 지적됐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24일 오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정신건강정책포럼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신건강의 문제를 감지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개발되겠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이와 해석을 대신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의 거대 IT 업체들은 정신건강상태를 감지하는 다양한 기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애플(Apple)은 2014년에 필립스 수면경험연구소의 수면 전문가 로이 레이먼(Roy Raymann) 수석과학자를 아이워치(iWatch) 개발을 위해 영입했다.

구글(Google)은 2015년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의 토머스 인설(Thomas Insel) 원장을 구글생명과학(Google Life Science)에 영입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생체정보 측정은 개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수면에 있어선 환자에게 ‘어제 밤을 잘 취했는지’를 질문하는 것보다 실제 환자가 수면 중 얼마나 자주 깼는지, 움직임은 어느 정도로 잦았는지 기기로 측정하는 것이 훨씬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그러나 현재 정신질환을 측정하는 데 있어선 선결문제가 있다.

전홍준 교수는 “먼저, IT기기가 환자의 변화를 표면에서만 감지 가능한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환청, 우울감은 기기로 측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기가 잘못된 신호를 인식하는 문제도 있다.

전 교수는 “전문가는 이전에 환자를 진료했을 때의 다양한 경험을 적용해 잘못된 신호를 알아내고 배제하지만 센서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센서는 위음성(false positive)와 위양성(false negative)를 보이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센서를 동시에 사용하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등의 기법을 사용해 노이즈를 제거하지만 완전히 제거할 순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생체신호가 운동을 하고 아프거나 해도 이걸 정신질환의 악화로 잘못 보고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문제도 있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특히 민감하다.

전 교수는 “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민감한 문제가 학교나 회사 등 사회에서 잘못 이용된다면 오히려 환자는 도움을 받기보다 낙인효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앞으로 IT기기의 정신질환 적용에 있어서 이를 IT 전문가가 주도할 것이냐, 정신건강 전문가가 주도할 것이냐가 문제”라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변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기초과학, 공학, 사회과학 등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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