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혁 교수 "조직생검 대체는 아직 일러…상호보완적 사용"

암 진단과 치료제 선택에서 기존 조직생체검사(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할 대안기술로 액체생체검사(액체생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FDA가 폐암 표적치료제의 유전자변이에 대한 액체생검을 승인하면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으나 조직생검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23일 열린 제1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기자간담회에서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 주제를 발표했다.

손 교수는 “조직생검은 인체에 침습적으로 시행돼 환자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반복적으로 조직생검이 필요한 경우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액체생검은 천자나 절개 등의 침습적인 시술 없이 혈액이나 복수 등 체액에 있는 암의 유전자조각을 이용해 검사하는 방법이다.

지난 6월 미국 FDA는 폐암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 치료를 결정할 때 필요한 EGFR 유전자 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cobas EGFR Mutation Test v2'를 승인했다. 이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암관련유전자(DNA)를 환자의 혈액에서 검출하는 액체생검 방법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는 기존 폐암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특정유전자(T790M)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로실레티닙의 임상연구에서 액체생검(혈액)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서 로실레티닙 치료 전에 폐암조직,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특정유전자(T790M)의 여부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간에 8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으며, 치료효과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대(직)장암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38명의 대(직)장암 환자의 혈액에서 ‘BEAM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RAS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에서 시행한 RAS 유전자 검사와 일치도를 비교 분석했을 때 약 90%의 일치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 보고도 있었다.

대규모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폐암, 유방암, 대(직)장암 등으로 진단된 1만 51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간에 유전자 변화를 비교연구한 결과, 386명에서 혈액과 조직 간에 유전자 변이 결과는 약 87%의 일치했고, 혈액생검과 조직생검을 시행한 시간차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98%까지 일치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와 장점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조직생검을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액체생검이 조직생검을 대체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보조수단으로써 사용될 것"이라며 "생검 자체가 극소량의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에러인지, 실제 돌연변이인지를 확인하는 생물정보학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 FDA 승인을 통해 가능성이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의 연구는 아직 미흡한 상태"라며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암 치료약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부작용 없이 간단하게 혈액을 채취해 이용하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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