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사도 '전략적 벤치마킹' 필요

'국내제약업계에 끝없는 경기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비법은 없는가'

일반약 매출감소로 극심한 경영위축을 겪고 있는 국내제약사들에게 던져진 화두다.

하지만 급히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없는 전략을 쥐어짜내기 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우선 R&D기반이 비교적 취약한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는 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매출 신장을 위해 추가적응증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인다.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 노바티스는 정신분열증 치료제 클로자릴(성분명 클로자핀)을 자살행동 치료제로, 그보다 앞선 7월에는 사노피신데라보가 결장 및 직장암치료제 엘록사틴(성분명 옥살리플라틴)을 전이성 위암 치료제로 각각 식약청으로부터 추가승인 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가장 최근에 GSK의 정신병치료제 팍실의 새로운 버전인 '팍실 CR(성분명 파록세틴 HCI)'정에 대해 식약청이 월경 전 불쾌장애(PMDD) 및 사회불안장애 치료제로 승인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이같이 적응증 확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은 두세가지 이유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일단 현시점에서나 향후 제네릭의 추격에 직면했을 경우 일부 감소된 매출을 추가적응증을 통해 보존할 수 있게 미리 사전 대비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만큼 언제 매출을 잠식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위기감은 오히려 새로운 수익창출을 실현하게끔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미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 단위를 넘어서고 있고 임상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신약 출시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로 다국적 제약기업에는 예전처럼 단순히 신약 런칭을 통한 빠른 매출증대에만 기댈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다.

즉, 신약 출시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 치료제들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매출을 유지하자는 것이 주요한 매출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것.

그러나 국내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이 같은 전략을 단순히 잔머리를 굴리는 정도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클로자릴은 국내에서 '유일한' 자살행동치료제로, 팍실 CR정은 주요 적응증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PMDD로 추가 승인 받았기 때문에 향후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

즉, 이들은 아무렇게나 본적응증과 유사한 적응증에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고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다분히 '전략적인'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이는 국내제약사들이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해야할 전략이다.

또, 일례로 미국의 포레스트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나멘다(성분명 메만틴)'의 적응증을 확대해 거대기업인 화이자의 아리셉트를 추월할 야심찬 계획까지 세웠다는 사실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 국내 제약업계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갔다면 국내제약사들은 이미 특허가 만료된 제품에 대해 제네릭을 개발할 경우 단순히 만료기간에만 집중해 실효성 없는 출혈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이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염두해 두는 것이 향후 매출증대를 노리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울러, 특화된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노려 제품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다분히 염두해둘 부분이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단순히 유사적응증을 승인받으려 했다가는 시장에서나 관계기관에서나 동시에 퇴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약으로 승부를 걸지 못한다면 특화된 제네릭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시장개발 가능성이 높은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 받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매출 유지를 위해 다국적제약기업들이 특허연장을 위해 너나없이 전략적으로 '혼합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아울러 성분에 대한 특허권 소송을 줄기차게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제네릭 위주의 국내제약업계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게만 돌아간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전략에 대한 '벤치마킹'으로도 충분히 돌파구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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