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푸름이 절정에 달하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할 만큼 행사가 많은 달이다. 5월은 유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많은 달인 것 같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소중한 인연을 기리며 충만한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의 달이다. 생명의 온기조차 남아있을 것 같지 않았던 나목(裸木)에서 싱그러운 실록을 보게 되는 5월.

세월은 쉬지 않고 그렇게 흘러만 가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렇게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모른 채 살면서 무슨 특별한 날이 되면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 벅차하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이나 부부의 날이 정해진 것은 어쩜 일상적이어야 할 관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그날만이라도 서로를 의식하며, 좋은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사회의 경쟁, 비교의 논리, 모두가 가정생활과 가족관계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핵가족화로 밥상문화가 사라지면서부터 가족 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만남의 시간마저도 없어졌다.

대화가 없어짐에 따라 마음에 문도 닫히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부모 노릇하기도 어려워졌고, 자식 노릇하기도 어려워졌다.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경제침체로 인해 수직적 관계에 있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되면서 모두가 어려워졌다.

누가 뭐라 해도 가정은 한 인간이 자라나고 편히 쉴 수 있는 우리 삶의 터전이다. 그런 가정의 가족들은 살면서 힘이 들 때 제일 먼저 위로를 하고 받는 인위적으로 떼어 놀 수 없는 관계다. 특히 가족은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용히 지켜봄으로써 지혜를 나누어 갖는다. 인류 역사는 가정의 역사이며 가정은 작은 사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나라의 수준, 사회의 기준을 보면 가정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가정은 학교와 같이 어떠한 교육 과정을 갖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은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삶의 터전으로서 마음이 자라나는 곳이다. 그러므로 가정이 병들게 되면 가족들의 마음까지도 병들게 마련이다. 아무리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다 해도 가정이 불안정하면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고 험악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가정불화가 자녀에게 모든 선한 생각을 버리게 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면 가정은 자녀들의 인격 성장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쉼터가 아닐 수 없다. 가정은 지식을 더하는 곳이기보다는 생활을 더 중시하는 곳이다.

가족관계이지만 취미가 다를 수 있고, 생활하는 방법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공동의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공동의식이 바르게 유지된다면 가정의 행복은 자연히 이루어지며 자녀들의 인격 성장이 바르게 되면서 사회도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가정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며 나눔의 마음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 사회생활도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곧 가정교육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병들 집을 떠나있을 때다.

평소에는 쉽게 보던 가족들을 볼 수가 없고, 외롭고, 편히 쉬지도 못한다. 비로소 돌아가 쉴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리며 따뜻하게 맞이하는 가족이 자신에게 있다는 평범한 일이 정말로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족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이자 사랑을 가장 오랫동안 주고받는 사람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름은 크고도 넓다. 부모와 자녀 간, 부부간에도,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을 많이 주고받을수록 가족 간의 사랑은 깊어지는 것이다.

믿음과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사랑의 빛으로 가득 찬 5월은 그래서 좋은 달이다. 요즘 메말라가는 각박한 현실에 어느 누구도 평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몸과 마음을 마음껏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족만이 유일한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편작이라는 중국의 유명한 의원의 말을 끝으로 정리를 하고자 한다. 편작에게는 두 명의 형들이 있었는데 그 형들도 모두 의원이었다. 하루는 왕이 편작을 궁중으로 불러 질문을 했다.

세 명의 형제들 중 누가 가장 훌륭한 의원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편작은 망설임 없이 큰 형님이 제일 뛰어나고, 그다음은 둘째 형이고,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런데 왜 그대의 형들은 그대만큼 유명하지 못한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편작은 큰 형님은 원래 실력이 뛰어나 병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 치료를 하고, 둘째 형 역시 병이 위중해지기 전 치료하지만 저는 이미 병이 충분히 진행된 후에야 겨우 치료를 하는 데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제가 마치 큰 병을 치료한 것처럼 알면서 저를 유명한 의원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큰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희생, 아버지의 수고와 땀, 형제 간의 우애, 부부간의 인내와 배려, 언제나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이루어짐을 감사해야 한다.

가족은 내 인생의 최고의 의원이다. 옛 선인들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타인에게는 덕을 베푸는 것을 가치 있는 생활로 정했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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