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화에 ‘전갈과 개구리 편’이 있다. 전갈이 개구리에게 “강을 건너야 하는데 네 등을 좀 빌려야겠다.”라고 부탁하자 개구리가 하는 말이 “네가 내 등을 찌르면 나는 꼼짝없이 죽는 데 그럴 수가 있겠느냐?” 했다.

그러자 전갈이 “그러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데 내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나를 믿어 달라” 라고 말한다. 그런데, 등 위에 올라탄 전갈이 강 중간쯤 도달했을 때 갑자기 개구리를 찔렀다.

함께 죽어가면서 개구리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왜 찌르지 않겠다고 하더니, 왜, 왜, 찔렸느냐”라며 울부짖는다. 전갈은 “미안하구나. 급하다 보면 나오는 못 된 본능 때문에 그만......” 전갈도 후회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함께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의 정치인이 꼭 전갈과 개구리 같다. 필요에 따라서는 두 손을 마주 잡으면서도 득실(得失)을 따지면서 상대방을 죽음의 길로 인도한다. 그렇게 사이좋은 관계도 아닌데 죽음의 불구덩이로 끌고 들어간다.

개(犬)만도 못한 게 정치인들이다. 개는 주인을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데, 반해 정치인들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배반을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역겹게도 국민의 이름을 판다. 또 대부분의 정치인들을 보면 영락없는 바다‘게’다.

남을 끌어내리려고 안달이다. 자신은 옆으로 걸으면서도 남에게는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 것도 똑같다. 그러고 보니 욕심쟁이 원숭이도 닮은 것 같다. 항아리 속 먹이를 움켜쥐고 손을 펴지 못해 사람에게 잡히는 어리석은 원숭이를 꽤나 닮았다.

지난 4.13 총선 때 가장 빛을 낸 사람은 셀프 공천으로 자신이 비례대표 2번을 선택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인 것 같다. 중국의 포청천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치판에서 작두를 휘두르며 더민주의 친노 세력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술을 단행하면서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심지어는 새누리당에 실망을 한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맹활약을 했다. 그는 여전히 영웅을 자처하며 선거 뒤 탄력을 받으면서 문재인과 단절을 선언하고 문재인 계파를 괘심하게 여길 정도로 자기 길을 가고 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단오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통령학만 50년을 고집해왔다는 김종인 대표가 과거 야당 지도자들이 하지 못 했던 ‘대정부 구조조정 협조’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려다니던 더민주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4.13 총선에서 김종인과 춤까지 추던 정청래의 입에서 김종인을 원망하며 모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까지의 동지가 적으로 변한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운동권 문화의 오래된 폐습의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더불어 민주뿐만 아니라 과거 정치인들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부류가 정치계인 것 같다.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의 색깔을 푸르다 붉다 하며 상대를 죽이려고 한다. 암튼 요즘 정치계를 보면 진보도, 보수도 중도도 지지부진 한 것 같다.

그만큼 정당 정책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당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를 헐뜯고, 다른 세력들과의 일진일퇴를 지켜보면서 허탈감을 떠나 드라마를 보듯 흥미롭기까지 하다.

“사람 관계를 신뢰를 가지고 가야지 자기 정치만 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하고, 한 번도 도와주지는 않고 자기 정치를 위해 갈라서서 남을 비방하면서 당선이 되어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정부의 시행령 등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자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을 쓴 유승민 당선자를 두고 박 대통령이 하는 한탄의 소리다.

언론사 국장급 간담회에서 나온 말이지만 박 대통령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의당도 갈등을 빚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기세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탈당을 한 공천 탈락자들에 대해 복당을 허용하는 것도, 또 복당을 신청하는 것도 어찌 보면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는 데 정치인들은 낯짝이 없는 철면피인 것 같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못된 습관을 갖고 있다. 갈등과 분란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유권자들이 볼 때는 쪽이 팔릴 정도인데 정치인들은 뻔뻔하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만과 편견으로 일관해 왔다. 서로를 헐뜯으며 야권 단일화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말(언어)도 거르지 않고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말잔치뿐이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미 정해진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누군가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 사람들이었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의 오만함에 대해 오죽했으면 ‘찍는 건 2번, 당은 3번’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 덕에 야당이 연대하거나 단일화를 이루지 않았어도 여소야대 정국이 16년 만에 형성되고 말았다. 우려되는 것은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어도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국가의 위기를 느꼈는데 야당 의원이 절반이 넘어서면서 그들의 횡포가 우려되고 있다.

암튼 이번 총선 결과는 고정관념과 낡은 도그마를 벗어난 것이다. 민심의 분노가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인들은 모두가 다 느끼고 있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 했다.

그들은 민심을 읽기보다는 민심을 표를 얻는 것에만 이용한 것이다. 민심의 결과는 드러났지만 국민들은 야당체제 식물 국회가 변화되고 개혁되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3당 체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20대 국회의원들은 반성과 변화를 위해 고민을 하고 민주 의회를 통해 서로가 소통하며 민의를 제대로 읽는 바른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신의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전갈과 개구리 같은 사람, 개만도 못한 사람은 되지 말자.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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