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견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의 신인 누조가 누에고치에서 고치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우연히 발견한 이후 인간은 많은 노력을 들여 고치실을 뽑아내는 다양한 방법을 발견 발달 시켜 왔습니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방법을 실켜기라고 하며 제사(製絲)라고 합니다.

실켜기 할 누에고치를 원료견이라 합니다. 원료견은 일본종과 중국종을 교잡한 1대 교잡종으로 잡종강세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1대 교잡종은 어버이의 평균 사육일수 보다 짧아 노동력이 절감되고 충질이 강건하여 감잠비율(減蠶比率)이 어버이 품종보다 10~15% 적습니다. 쌍고치 비율은 약간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견사장(繭絲長)은 길어지고 견사량(繭絲量)이 많아집니다.

누에는 5령이 되어 성장기 극도가 되면 뽕 먹기를 멈추고 고치실을 토하게 됩니다. 고치실을 토하기 위하여 고치 지을 장소를 찾게 됩니다. 이때 고치 지을 장소인 섶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누에섶에서 누에가 고치 지을 장소를 찾게 되면 고치 지을 곳에서 여기 저기 고치실을 토하여 고치솜(繭綿)을 만듭니다. 이 누에고치 솜을 발판으로 하여 머리를 좌우로 활발히 움직여 고치를 지어갑니다.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은 S자, 8자, W자 모양으로 움직입니다. 이와 같이 고치 짓는 작업을 영견(營繭)이라 합니다. 고치 짓는 시간은 잠실 온도가 24℃로 유지 시키면 대게 60시간이면 고치를 다 짓게 됩니다.

고치를 다 짓고 나서 48시간이 지나면 고치 속에서 누에는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는 처음에는 연한 갈색을 나타내며 피부가 매우 연약하여 외부 충격으로 상처 나기 쉽기 때문에 고치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번데기 된 후 48시간이 지나면 번데기의 피부는 흑갈색으로 변하면서 굳어져 단단하게 됩니다. 번데기의 피부가 단단하게 되면 외부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이때가 고치를 딸 적당한 시기입니다.

고치를 따는 작업을 수견(收繭)이라 합니다. 수견한 고치는 고치 속의 번데기가 나방이 되기 전에 번데기를 죽여야 합니다. 만약 고치 속의 번데기가 나방이 되어 고치층을 뚫고 나와서, 그 고치를 구멍고치(穴鳴繭)라고 합니다.

누에나방이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구멍이 생겨 고치실이 절단 됩니다. 절단 된 고치실은 실켜기 할 때 절단부가 많이 생겨나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실을 만들 수 없습니다.

고치 한 개의 실의 길이는 약 1,500m입니다. 구멍 난 고치는 중간 중간 끊어져 몇 10m의 길이로 되고 맙니다. 절단 회 수가 많으면 실켜기를 계속 할 수가 없습니다. 누에가 토사하기 시작하여 몸 속의 견사물질을 모두 토해 낼 때까지 토사하는 동안에 고치를 만드는 고치실은 질서 정연하게 고치의 밖에서 안쪽으로 이어져 갑니다.

먼저 토사된 고치실과 나중에 토사된 고치실은 가지른 하게 접착(配着)되어야 실의 풀림새가 좋게 되어 1500m에 가까운 좋은 실을 켜 낼 수 있습니다.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현상을 보면 고치의 양끝부분은 누에머리의 움직이는 진폭이 작고, 배착 상태가 밀접하지만 몸통부인 중앙 부위에는 진폭이 크고 토사의 배착 상태가 조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배착 상태가 점차적으로 겹쳐서 땅콩모양, 타원모양, 공모양 등의 고치를 만들게 됩니다. 토사의 곡선적 배착 상태는 밖같 층에는 진폭이 작고 개각(開角)이 크지만 내층으로 들어 갈수록 진폭이 크지는 동시에 개각이 작아집니다.

누에 올릴 때의 온도가 높으면 진폭이 크고, 개각이 작으며, 온도가 낮으면 진폭과 개각이 모두 작고 균일 하지 않습니다. 누에의 품종별로 고치 짓는 모습을 보면 일본종은 진폭이 작고, 유럽종은 크며, 중국종도 개각이 크게 됩니다.

이와 같은 고치를 짓는 상태는 고치의 풀림새(解舒) 및 고리마디(輪節)와의 사이에 밀접한 관계기 있습니다. 고치 짓는 곡선이 작은 것은 일반적으로 고리마디가 많이 생겨납니다. 고치를 지을 때 너무 단단하게 짓거나 너무 엉성하게 푸석한 고치는 실켜기에 좋지 못합니다.

고치의 경연(硬軟), 탄성(彈性)은 촉감으로 판단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단단하거나 푸석한 고치는 실켜기 원료로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실켜기 원료는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너무 푸석하지도 않는 탄성을 가진 고치가 좋은 것입니다.

고치층에는 많은 주름이 있습니다. 이러한 주름은 누에가 처음 토사하여 지은 고치층이 건조하여 줄어드는 사이에 그 안쪽에 이루어진 고치층이 줄어들어 외층에 도톰한 주름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주름은 내면으로 갈수록 얕아지며 가장 안쪽의 고치층은 주름이 없이 편편하게 만들어 집니다. 고치의 주름은 누에 품종에 따라 조밀(稠密), 대소(大小)에 차이가 생기며, 세로주름, 가로주름, 경사주름 등의 모양이 생겨납니다.

간혹 뜬 주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뜬 주름은 겉면의 고치층이 거칠어 실켜기 원료로서 적당하지 못하며, 일반적으로 토사의 진폭이 작은 것이 가늘고 작은 주름이 됩니다. 고치를 구성하는 실의 가닥을 고치실(繭絲)이라합니다. 고치실을 잘라보면 실의 중앙부에 두 가닥의 삼각형 피브로인을 세리신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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