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최창운 원장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다보니 이 자리에 서게 됐다. 핵의학과 임상의로서 계속 환자를 봐왔었는데 진료현장을 떠나게 돼서 환자분들에게 죄송하고 아쉽지만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다."

최근 한국원자력의학원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최창운 원장은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병원경영 개선과 연구 인프라를 기반한 방사선의학 실현을 통해 암병원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최창운 신임 원장은 취임한 지 이제 겨우 2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전임 원장이 퇴임한 지난해 8월부터 직무대행을 해온 만큼 내부 현안 파악할 시간은 된 셈이다.

최 원장은 "산적한 문제들로 정신없이 바빴다. 직무대행 기간 동안에는 임금피크제, 재정악화 문제 등 당장의 현안문제로 정신이 없었고, 원장으로 취임 후에는 중·장기적인 기관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며 "중책을 맡은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만성적자 해소 '10% 캠페인' 등 진행

우선은 만성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경영 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10% 캠페인'과 병상 가동률 증대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10% 캠페인은 직원들이 목표를 10% 높게 잡고 실행해 나가는 것으로, 예를 들어 하루에 10명 보던 진료를 11명 보거나 100원에 사던 물품을 90원에 사는 등 10%씩 늘려보자는 취지다.

실제로 올해 1월과 2월 진료 수익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5억원, 2014년 4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나 2015년에는 35억원으로 약 30% 정도 적자 폭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 원장은 "진료수익 증가는 직원들과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요인이 됐다"며 "메르스 등의 여파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10% 캠페인 등 하반기에 의학원의 저력과 직원들의 잠재력을 유도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재정악화 상황에서 경영인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임금삭감에 대해서는 "지난해 3.8% 임금이 동결됐는데 이는 삭감과 마찬가지다"면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직원 인건비부터 줄이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자력의학원은 원자력병원과 방사선의학연구소,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등 3개 사업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됐다. 병원은 진료수입, 각 사업단은 정부의 목적성 경비로 운영되는 특이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금유동성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방사선의학 메카로서의 위상 정립

원자력의학원은 1963년 개원 이래 1973년 병원체제, 2007년 독립법인 체제 수립 이후 국내 암 병원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었으나 국립암센터가 설립되면서 그 역할이 다소 축소됐다.

최창운 원장은 "국립암센터가 생기면서 핵심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계기가 됐다"며 "2000년대 들어서 국가R&D사업과 방사선의학이 부각되면서 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암진료에서 필수적인 방사선의학의 중요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의사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 국가가 인정한 방사선의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관 내 임상에 치중하는 의사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들이 함께 관련 분야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은 현재 중장기발전방향 모색을 통해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의 새로운 연구기반 구축, 암 병원의 진료 시너지 창출, 임상중개 연구 활성화 등으로 구체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해 각 단의 유기적인 협업체계 유도에 주력하고 있다.

방사선기술 이용 신약사업 성장기반 조성

원자력의학원은 올해 주요 추진사업으로 방사성의약품 개발 복합연구센터를 건설중이다. 총 942억원이 투입돼 2018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로 관련 연구장비와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비임상 평가시설, 임상시험시설 등을 구축하게 된다.

방사성의약품 개발 복합연구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후보물질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서비스를 신약개발 기관에 제공한다.

최 원장은 "복합연구센터는 동위원소를 이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과 신약개발 활성화 등 2가지 목료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면서 "방사성의약품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첨단 의료산업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후보물질 검증기술을 이용하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개념 치료기술개발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내 암환자 생존율 향상과 치료기간 단축에 따른 연간 약 2000억 원의 의료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한 국내 신약개발 활성화를 통해 제약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해외 암 환자 유치를 통한 국내 의료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구소기업 설립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의학원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자산의 지분 평가를 통해 기업의 자본출자와 함께 사업화하는 것으로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다. 사업테마는 의료용 사이클로트론 기술이 대상이며, 해외기관에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연구소기업 형태이다.

최 원장은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공략해 자산의 미래지향적, 장기적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며 "수익창출 보다는 기관의 중요한 미션수행에 더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암병원 명성 재확인 위해 병원경쟁력 제고

최창운 원장은 앞으로 경영개선을 위해 추진할 목표로 국내 대표 암병원의 명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병원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의학원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한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신속한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원자력병원은 외부 컨설팅 결과 의료진의 역량 즉, 의료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고 최근 여려 암진료 평가에서도 상위의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러한 병원의 장점들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난 15년 동안 양적 팽창을 해온 만큼 이제는 방사선의학 연구라는 새로운 사업성과 창출로 질적 수준을 높여 신약에 대한 메카로서의 역량이 강화되면 예전 암병원으로서의 명성과 저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 원장은 "단기적 방안으로 병상가동률을 증대하고, 다학제 진료, 집중영양치료, 금연클리닉 운영 활성화 등 지속적인 신규 의료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장기적 방안으로는 임상 연구 역량을 강화하여 방사선의학 중심 연구기관으로서 전문화?특성화하고 기술 상용화 중심의 성과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1995년 원자력병원 핵의학과에서 전문의를 시작해 2007년 이후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 원자력병원장, 방사선의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년 동안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기관의 장단점을 잘 아는 만큼 의학원을 잘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핵의학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은 선배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하다보니 흥미를 갖게 되고 흥미를 갖다보니 공부하게 됐다는 것. 미국 NIH(국립보건원) 핵의학연구원으로 1년 반 정도 연수도 다녀왔다.

최 원장은 "당시에 뭘해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는데 이 자리에 올라올 줄 몰랐다"면서 "임상이나 연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조율하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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