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품종 육성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우리나라 잠사업은 단군의 건국부터 시작된 전통산업입니다. 누에품종은 잠업 생산의 기초 자원입니다. 사육환경과 사육 목적에 적당한 품종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시 됩니다. 우리나라는 1900년까지는 재래종인 1화성 3면 잠 누에를 사육하였습니다.

1900년부터 국가에서 누에씨를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1905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침략 야욕은 1910년에 강압적 한일 합병으로 나라를 잃게 되었습니다. 침약의 야욕은 농업의 선진화를 부르짖으며 조선의 산지와 농토를 측량하였고 각 지방의 기후 풍토를 대대적으로 조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민족의 혼을 없애기 위하여 한반도에 사육되고 있던 재래품종을 멸실하고 일본 품종을 도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1920년까지는 일본에서 도입된 4면 잠 누에 원종(原種)이 보급되었습니다. 그 후 원종보다는 교잡종이 우수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원종보다 교잡종을 선호하면서 1대 교잡종을 생산하였습니다. 1대 교잡종은 원종에 비해 사육이 쉽고 고치 수확량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1920년대부터 교잡종이 보급되기 시작하여 1925년경에는 1대(代) 교잡종으로 완전히 대체되었습니다.

1945년 해방 후 1950년대까지도 일본 사람들에 의해 육성된 누에품종이 보급되었으나 1960년대부터는 잠업 생산물 증산 추진 정책 사업으로 잠업시험장에서 독자적으로 육성된 누에품종이 장려품종으로 지정되었고 양잠농가에 보급하였습니다.

누에 품종의 육성은 1970~1980년대는 누에가 강건하고 고치수량이 많은 품종 위주로 육성하였고, 1990년대에는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생력형인 한성품종 육성에 주력하였습니다.

누에고치
그 결과 암 나방은 노랑 고치를 짓고, 숫 나방은 흰 고치를 짓는 한성황견품종과 암 누에는 무늬누에(形蠶), 숫 누에는 민무늬 누에(姬蠶)인 한성반문 품종 등을 육성하게 되었습니다. 또 고치를 짓지 않는 나용(裸蛹) 품종을 육성하고 누에 동충하초 생산에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건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다수성 품종 육성을 기본 목표로 설정하여 누에 사육 목적의 다변화에 따른 적정 누에품종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누에 사육이 고치를 수확하여 비단 생산을 대상으로 할 경우 바이러스 저항성 향상, 불량환경에 대한 저항성, 세섬도(細纖度), 장사장(長絲長), 극태섬도, 다양한 색깔의 색견(色繭), 쌍고치 및 면견(綿繭)성의 향상에 중점을 두고 품종을 육성합니다.

그리고 고치 생산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는 몸집이 큰 누에를 이용한 누에 혈당강하제 생산, 약용, 식용 및 누에 핵다각체(核多角體) 바이러스를 이용한 인터페론 생산 등 생명공학 관련 물질 생산에 적합한 다기능성 누에품종의 육성을 목표로 전문 기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누에품종은 사육 시기에 따라 요구되는 특성이 달라서 봄누에 때는 기상조건과 뽕잎의 질이 누에치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고치 질이 좋은 품종이 필요하고, 여름과 가을누에 때는 사육환경이 좋지 않으므로 고치질 보다 유충이 튼튼한 누에품종이 요구됩니다.

이 때문에 사육 시기에 따라 다른 품종이 장려 보급되고 있습니다. 장려 품종은 여러 사육 및 사용목적을 감안하여 적정한 시기에 관계 기관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현재는 봄누에 10품종, 봄. 가을 겸용품종 3품종 등 총 13품종이 장려품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농가에 보급되는 장려품종은 잡종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교잡종 1 세대 잠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고치를 얻어 실을 켜는 사견양잠(絲繭養蠶) 보다는 누에 자체를 이용하려는 충질양잠(蟲質養蠶)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누에고치속의 번데기

5령 3일째 누에를 건조시켜 가루를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 공학적으로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누에 품종이 개발되었습니다. 황원잠(黃元蠶), 양원잠(兩原蠶), 그리고 하초잠(夏草蠶)이 그 예입니다. 

1995년에 지정된 황원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성황견(限性黃繭) 누에품종으로서, 고치 색만으로 암수 구분이 가능하여 고급사(高級絲) 제조가 가능하고, 보급종을 만들 때 암수 감별 노력이 기존 방법인 성징(性徵)에 의해 감별하는 것보다 노력이 약 27%가 절감되어 잠종 생산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품종입니다.

1997년 봄. 가을 겸용 품종으로 지정된 양원잠은 양친 원종 모두가 한성 반문(限性班紋) 누에이기 때문에 교잡종에서도 유충 무늬로 암수 감별을 할 수 있어 실용화 측면에서 볼 때 감별 능률이 편친(偏親) 한성반문 품종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특히 이 품종은 암수로 구분하여 이용되는 기능성 소재 등에 활용할 수 있고, 잠종 생산노력을 20%나 절감할 수 있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육성된 생력화에 적합한 품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에 지정된 하초잠 품종은 고치를 짓지 않고 1만두 번데기 생산량이 24%나 많고, 누에 동충하초를 생산할 때 고치를 자르는 노력이 필요 없어 누에 동충하초 생산노력을 34%나 절감할 수 있으며, 누에 자체를 이용하는 혈당강하제 생산, 인터페론 및 유용물질 생산 등 누에고치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활용이 가능한 품종으로도 적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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