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변화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는 5령이 되어 6~8일 정도 뽕을 먹고 자라면 익은 누에(熟蠶)가 되어 뽕 먹기를 중지하고 입으로 실을 뿜어내어 고치를 짓기 시작합니다. 고치 짓는 기간은 약 2일 정도 됩니다. 고치를 다 지으면 그 속에서 1~2일 만에 누에의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는 누에고치 속에서 약 12일 정도 있습니다. 12일 동안에 번데기 체내에서는 생리적 변화를 계속하여 누에 유충의 성질을 완전히 변화시켜 나방이로서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번데기 시기는 누에 유충의 형태에서 나방이의 형태로 변환되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데기 시기에는 먹이를 먹지 않고 고치 속에서만 있게 됩니다.

누에 번데기는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누에 번데기의 화학적 성분은 번데기 기간 동안에 생리적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수분이 78%, 건물이 22% 정도입니다. 건물 중에는 조단백질이 45%, 조지방 29%, 탄수화물 8%, 키틴 4%, 회분 5% 정도 됩니다. 허준 선생은 누에 번데기를 풍증과 허한 체력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허준 선생이 지으시고 동의보감 국역 위원회에서 번역하여 법인 문화사에서 출판한 대역 동의보감에는 “잠용자(蠶蛹子)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풍증과 허로, 여위는 것을 치료한다. 번데기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으면 나온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본초) <동의보감, 탕액편, 권 2 충 P. 1872 참고>

누에 번데기의 말기가 되면 누에 번데기의 피부가 검은색을 바탕으로 갈색을 나타냅니다. 표피의 변색은 누에 번데기가 나방이로 변화되는 과정의 변화입니다. 나방이로 완전히 변화되면 번데기 껍질을 벗어 버리고 고치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나방이는 위액인 알칼리성 액체를 고치층 내부에 토합니다. 고치를 구성하고 있는 고치 실은 이 알칼리성 액체에 의하여 용해되어 구조적 조직이 엉성하게 됩니다. 누에나방은 앞발을 이용하여 알칼리성 위액으로 고치층이 와해된 부분을 첫 번째 가슴발로 해쳐 구멍을 내고 흉부 환절을 신축하여 힘을 얻어 누에고치 밖으로 나옵니다.

고치 밖으로 나온 나방은 번데기 기간 동안 참아온 오줌을 누게 됩니다. 오줌을 누고 난 나방이는 짝짓기를 준비하고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합니다. 짝짓기를 마친 암 누에나방은 400~600개의 알을 낳고 곧 삶을 마감합니다. 숫 누에나방은 짝짓기 후 생을 마감합니다.

누에나방의 화학적 성분은 암수별 발육 시기에 따라 달라지고 교미 전후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누에 암 나방의 화학적 성분은 수분 74%, 건물 26%입니다. 건물 중에서는 조단백질 57%, 탄수화물 6.7%, 조지방 17.9%, 회분 4.5%, 키친 8.9% 정도입니다.

그리고 숫 누에나방의 화학적 성분은 수분 63%, 건물 37%입니다. 건물 중 조단백질 37.5%, 탄수화물 4.2%, 조지방 46.2%, 회분 3.5%, 키친 8.6%입니다. 특한 것은 암 나방은 조단백질이 숫 나방 보다 많고 조지방이 월등하게 숫 나방 보다 적습니다.

허준 선생은 “원잠아(原蠶蛾)는 성질이 따뜻하고 뜨겁다. 맛이 짜며 독이 약간 있다. 남자의 성욕을 세지게 하고 유정과 몽설, 피오줌을 누는 것을 치료하며, 신을 덥게 하고 정기를 보하며, 발기를 세게 하여 성생활을 잘하게 한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원잠아는  되내기 누에(重養蠶)를 말하는데 민간에서는 늦 누에(晩蠶)라고 한다. 나비의 날개와 발을 버리고 약간 볶아서 쓴다. 원(原)은 거듭하다는 뜻이다. 이는 2벌 누에로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누에나방(蠶蛾)이나 누에 똥, 누에 껍질(蠶退), 누에알 깐 종이(蠶紙)는 다 2벌 누에의 것을 쓴다. 되내기 누에나방(原蠶蛾)은 나서 빨리 자라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 (본초) <동의보감, 탕액편, 권 2, 충 P. 1872 참고>

또 원잠아(原蠶蛾)는 정기를 보하고 정액이 절로 나오는 증상을 멎게 한다. 원잠아를 구워 가루 내어 그대로 먹거나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본초) <동의보감, 내경편, 권 1, 정 p. 154 참고>

다른 편에서는 원잠아(原蠶蛾)는 음경을 잘 일어서게 하므로 음위증(陰痿症)을 낫게 한다.  그리고 성생활을 하여도 피로해지지 않게 한다. 약한 불기운에 말려 가루 내어서 한 번에 4g씩 술로 먹는다. 알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본초) <동의보감, 외형편, 권 4, 전음 p. 828 참고>

양기석원(陽起石元)은 남자의 정액이 차고 순수한 정기가 많지 않아서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양기석원(陽起石元)의 처방은 불에 구워 간 양기석, 술에 담가 법제한 토사자, 술로 축여 쪄서 약한 불기운에 말린 녹용, 구운 천웅, 볶은 구자, 술에 담갔다가 낸 육종용 각각 40g, 술에 담갔다가 낸 복분자, 석곡(石斛), 상기생, 침향, 술에 축여 구운 원잠아, 오미자 각각 20g을 가루 내어 술을 넣고 쑨 찹쌀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만 하게 알약을 만든다.

빈속에 소금 끓인 물로 한 번에 70~90알씩 먹는다. (득효) <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586 참고> 이상 허준 선생은 누에를 115처방에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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