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좁고 어두운 골방에서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도 적지 않다.

2015년과 2016년은 끝자리 숫자 하나 차이인데, 해와 달은 어제와 똑같이 뜨고 지는데도 불구하고,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한 해가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이 되어 한 해를 설계한다.

어김없이 솟아오르는 태양은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밤하늘 어둠 속 별들은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의 안식을 안겨 준다.

누구라도 새해가 되면 처음이라는 벅찬 설렘, 첫날, 첫 시간은 깊게 잠들은 영혼을 흔들어 깨우며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염원을 담아 조심스레 첫 단추를 끼우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새 날을 시작한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을미년 한 해가 가고, 새로운 병신년 새해가 밝아왔지만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사회가 온통 겨울 날씨처럼 차갑기만 하다. 주위를 보면 성난 사람들이 폭발 일보 직전의 일그러진 얼굴로 배회하고 있다.

왜 그럴까? 자기 하나만 잘 되는 것을 생각하고 부(富)와 명예에 대한 집착으로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어찌 이 세상을 살면서 찾아오는 것들이 기쁘고 행복한 것만 있겠는가. 살다 보면 분노하거나 좌절하거나 슬프게 하는 것들, 피해 갈 수 없는 것들, 한 생을 살면서 여러 번 거쳐 가야 하는 것들이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것들이 많다.

그러한 상황을 모두 견뎌내야만 하고 기꺼이 받아들여 견디거나 극복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남을 먼저 탓하며 원망하고 있는 어두운 사회가 되어버렸다.

간혹 지방을 가면서 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넓고 밝은 빛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이 바로 어둠의 터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비록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그 끝에 나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불확실하지만, 중요한 건 그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은 모두 성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불안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것은 지금도 자신이 터널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말고 그 터널을 빠져나가면 반드시 빛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힘들고 슬픔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가치 있는 하루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지난날들은 다 버리고 오직 새해의 새로운 설계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어쩜 새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면 한 해의 결실을 위해 심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해의 새 마음가짐에 앞서 일단 멈춰 서서 뒤를 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세상 앞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평가를 위해 일단 멈추는 것이다. 멈춰 서지 않으면 뒤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점검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고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멈춰 서야 한다. 그런 뒤에 세상의 거울 앞에 서야 한다. 특히 스스로의 삶에 도취되지 말고 세미한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고, 개인적인 삶이 온전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어떻게 선택하고 무엇을 심는가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내가 잘 되고 성공하려는 마음가짐보다 이웃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가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똑같은 삶이라지만 보람되고 소중한 삶을 살기 위해 아름다운 말을 하는 새해가 된다면 이 사회도 따뜻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병신년은 이웃에 베풂과 선을 행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선(善)을 심으면 선한 열매를 거두고, 거짓을 심으면 쭉정이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두고,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두는 것이 자연의 원리로 이는 인생의 원리이기도 하다. 아쉬움이 없는 삶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 뜻을 함께 할 때는 좋은 사람이 될 뿐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일은 마음이 아프지만 참으로 서글프고 어리석은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갈수록 화가 많아지고 참을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화’가 날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을 일단 마음속에 넣어 두는 훈련을 해보자 그러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바로 ‘화’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는 에베소의 말씀처럼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잠시 깊은 호흡을 하거나 침을 삼키면서 분을 갈아 앉혀야 한다.

원효는 늘 이렇게 말했다“모두 다 틀렸다.” “모두 다 맞았다”이것이 다툼이 화쟁을 거쳐 회통(會通)에 이르는 원효의 중심 철학이다. 모두 다 틀렸기에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고, 또 모두 다 맞았기에 다른 생각도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화쟁의 의미를 다시 새겨 더 큰 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남의 탓만 일삼으며 화를 내고 분노하느라 본질을 놓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새로운 설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잘못했고, 잘 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고, 또 어떻게 해야 소중한 삶을 살게 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수도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라고 하셨다. 하나님 나라를 얻는 사람은 세상도 얻게 되나, 하나님 나라를 잃는 사람은 세상도 다 잃게 될 것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면 자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화(禍)부터 내며 분노하고 투쟁을 하기보다는 한 번쯤 멈춰 서서 자신을 비춰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 마디 더 하자면 올해는 용서도 하지 말고, 참지도 말자. 이유는 억지로 남을 의식하고 체면치레로 용서하거나, 참는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병이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심어서 거둔 것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거둘 것은 또 무엇인가?

병신년 올해는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웃에 베풀 수 있는 마음이 되자. 이해와 따뜻한 말, 칭찬을 하는 말만 하며 베풂의 삶을 사는 아름답고 밝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시인.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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