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누에 풍담, 간질 등 치료에 사용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는 잠실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사람에 의하여 사육됩니다. 그러나 누에가 자라는 잠박위에는 누에가 먹다 남은 뽕, 뽕나무 잔가지, 태운 왕겨, 누에 똥 등이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미세 환경은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자라는 온상이 되어 사상균의 일종인 곰팡이 병, 세균병, 비루스 병, 미립자병 등 여러 가지 누에 질병을 발생하게 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병에 걸린 누에는 생명을 이어 가지 못하고 중도에 죽고 맙니다. 사람들은 죽은 누에가 한의학적 효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용하였습니다.

Beauveria bassiana라는 사상균인 곰팡이는 누에에 기생하여 누에를 죽게 하고 단단하게 굳어지게 합니다. 죽은 누에의 시체 위에 백색의 포자를 형성합니다. 죽은 누에의 시체는 흰색으로 굳어 있는 모습을 합니다. 사람들은 죽은 누에를 백강잠(白殭蠶)이라 하였습니다.

백강잠의 포자는 뽕 잎, 사육자, 잠구(蠶具) 등에 묻어 잠실 내로 들어와 누에 몸에 붙게 됩니다. 때로는 바람에 날려 직접 잠실 내로 들어와서 누에 몸에 붙기도 합니다.

누에 몸에 붙은 백강잠 포자는 온도 24~28℃, 습도 70% 이상의 조건이 주어지면 6~8시간에 발아하여 누에 피부를 뚫고 몸속으로 침입합니다. 습도는 100%에 가까울수록 발아(發芽)가 빨라 누에 몸속을 빨리 침입하게 됩니다.

누에 몸속으로 침입한 발아포자는 누에 혈액을 흡수하고 균사를 내어 자라게 됩니다. 균사는 성장하면서 누에 혈액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누에 조직 및 기관에 침입하여 조직을 마비시키고 파괴합니다. 누에가 발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명을 마감하고 죽게 됩니다.

누에 몸속에서 자란 균사가 누에의 혈액을 흡수하기 때문에 죽은 누에는 시간이 흐르면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굳어진 병사체(病死體) 밖으로 균사가 자라서

백강잠 병균 침입으로 죽은 누에 (왼쪽)죽은 직후의 누에 (오른쪽)죽은 후 굳어진 누에.
나오고 그 위에 백색의 포자를 형성합니다. 포자의 크기는 2~4 X 1.5~3.5㎛ 정도입니다. 포자가 죽은 누에 몸 표면에 빽빽하게 형성되어 백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백강잠, 흰 굳음병 누에라 부릅니다. 이 백강잠을 허균 선생은 다양하게 한의학에 활용하였습니다.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얼굴색이 검푸르고 가슴이 답답하며 옆구리가 그득한 감이 있다. 멀건 가래에 거품이 섞이는 경우가 많다. 담이 간경에 몰려 생기는 풍담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백강잠을 넣은 추풍거담환(追風祛痰丸)을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풍담거담환의 처방은 반하(끓인 물에 씻어서 말려 가루를 낸 것) 240g(두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조협(皁莢) 즙에 담갔다가 누룩을 만들고, 다른 한 몫은 생강즙에 담갔다가 누룩을 만든다), 천남성 120g(썰어서 절반은 백반 물에 하룻밤을 담그고, 절반은 조협을 달인 물에 하룻밤을 담근다)

방풍, 천마, 백강잠(볶은 것), 백부자(잿물에 묻어 구운 것), 조협(복은 것) 각각 40g, 전갈(볶은 것),

백반(구운 것), 목향 각각 20g을 가루 내어 생강즙을 넣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만 하게 알약을 만들어 겉에 주사(朱砂)를 입힌다. 한 번에 70~80알씩 생강을 달인 물로 먹는다. (회춘) <동의보감, 내경편, 권 1, 신 p. 193~4 참고>

간질(癎疾)은 발작적으로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증상으로 칠정내상(七情內傷), 음식, 풍(風) 등으로 간비신(肝脾腎)이 장애되어 생기지만 주요하게는 담이 위로 치밀어 생긴다. 그 밖에 유전적 요인으로 오기도 한다.

흔히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가슴이 답답하고 하품을 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넘어지면서 경련 발작이 이러난다. 때로는 순간적인 의식 장애와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간질을 치료하는 공연환(控涎丸)은 여러 가지 간질이 오랫동안 낫지 않고 오래된 담연이 흩어졌다 뭉쳤다 하면서 여러 가지 병증이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한다.

공연환의 처방은 백강잠(생강즙에 하룻밤 담갔다가 낸 것), 오두, 반하(생 것) 각각 20g, 전갈 7개, 철분 12g, 감수 10g을 가루 내어 생강즙을 넣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녹두 알만 하게 알약을 만들어 겉에 주사를 입힌다. 한 번에 15 알씩 생강을 달인 물로 먹는다. (입문) <동의보감, 내경편, 권 1, 신 p. 194 참고>

다른 방법으로는 오간환(五癎丸)을 만들어 사용한다. 오간환은 전간(癲癎)이 갓 생겼거나 오래된 것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치료한다.

처방은 반하(술로 씻어서 약한 불기운에 말린 것) 80g, 백강잠(볶은 것) 60g, 천남성(싸서 구운 것), 오사육, 백반 각각 40g, 백부자 20g, 사향 12g, 주사 10g, 전갈(볶은 것) 8g, 웅황 6g, 지네(오공, 머리와 발을 버린 것) 반 개, 조협(짓찧어 물 반 되에 담갔다가 즙을 짜서 백반과 같이 끓인 다음 말려서 간다.)

160g을 가루 내어 생강즙을 넣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만 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 번에 30 알씩 생강을 달인 물로 먹는다. (강목) <동의보감, 내경편, 권 1, 신 p. 195~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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