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똥 부인병 등 치료 사용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알에서 갓 깨어난 누에는 흑갈색의 개미 모양을 하고 있어 개미누에라 합니다. 개미 누에는 뽕을 먹고 자라면서 누에 똥(蠶糞)을 배설합니다. 개미누에는 3일 정도 자라면 잠을 자게 됩니다.

이때까지의 누에를 1령 누에라 합니다. 첫 번째 잠을 자는 것입니다. 잠자는 시간은 16~24 시간이고 잠자는 마지막에 허물을 벗게 됩니다. 누에가 잠에서 깨어나 즉 첫 번째 허물을 벗습니다. 허물을 벗은 누에는 새 뽕을 먹기 시작하면 2령 누에라 합니다.

2령 누에는 2~3 일 뽕을 먹고 자란 후 두 번째 잠을 15~28 시간 자고 3령 누에가 됩니다. 3령 누에는 3~4 일 뽕을 먹고 자라면 세 번째 잠을 20~36시간 자고 4령 누에가 됩니다.

4령 누에는 5~6일간 뽕을 먹고 자란 뒤 네 번째 잠을 26~48 시간 자고 5령 누에가 됩니다. 5령 누에는 7~8일간 뽕을 먹고 다 자라면 고치를 짓게 됩니다. 고치를 짓기 시작하면 더 이상 뽕을 먹지 않습니다.

누에는 4~5일 동안에 고치를 다 짓고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됩니다. 건강한 누에가 눈 똥은 육각기둥 모양이고 몰랑몰랑합니다. 누에가 뽕을 먹고 자라는 잠박 위의 누에 자리에는 뽕을 줄 때마다 누에가 먹고 남은 뽕, 뽕나무 잔가지, 왕겨, 누에가 배설한 똥, 누에 탈피각 등이 쌓이게 된다. 이들 모두를 합하여 잠사(蠶砂)라 합니다.

개미누에부터 5령 누에까지 한 마리의 누에는 약 20g의 생뽕을 먹고 12~13g의 잠분을 내 보냅니다. 1령 누에부터 5령 누에까지 뽕을 먹고 성장하면서 배출한 잠분 량은 상당히 많습니다.

이 잠분에는 누에가 먹고 남은 뽕과 함께 농장에 버려집니다. 버려지는 잠분을 이용하여 허준 선생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누에똥의 한의학적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습니다.

누에똥의 성분은 사육시기, 누에의  나이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수분 80%, 건물 20%이다. 건물 중에는 조단백질 16%, 지방 2%, 당분 56%, 섬유질 14%, 회분 12%이다.

잠분은 일명 마명간(馬鳴肝)이라고 하는데, 풍비로 몸을 잘 쓰지 못하는 것과 배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 잠사에서 마른 뽕, 잔가지 등을 가려내고 깨끗하게 선별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누렇게 되도록 볶아서 쓴다.음력 5월에 받아서 쓰는 것이 좋다. 술에 담갔다가 그 술을 마신 다음 잠사를 뜨겁게 볶아 삼배 주머니에 넣고 아픈 곳에 찜질하기도 한다. (본초) <동의보감, 탕액편, 권 2, 충 P. 1872 참고>

또한 풍사가 성한 비증(痺證)으로 관절이 아프고 운동 장애가 있으며 아픈 곳은 일정하지 않아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하며 때때로 오한이 나면서 열이 나는 풍비(風痹)로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감각이 둔해진 것을 치료한다.

누에똥을 뜨겁게 볶아서 주머니에 넣어 찜질하는데, 식으면 바꾼다. 술에 버무려 볶아 쓰면 더 좋다. (본초) <동의보감, 잡병편, 권 2, 풍 p. 993 참고>

한편 누에똥은 부인병에 사용한다. 부인의 성기에서 이상하게 피가 이슬처럼 흐르는 봉루증에 사용한다. 이때는 부엌 아궁이 밑에서 오랫동안 가열 처리된 진흙과 함께 사용한다. 이 진흙을 복룡간이라 한다. 복룡간(伏龍肝)과 누에똥을 함께 사용한다.

부인이 붕루증이 생겨 이슬이 흐르는데, 붉은 이슬을 멎게 하는 데는 제일 좋은 약이다. 대체로 성질이 조(燥)한 약은 습을 없앤다.(탕액) 붉은 이슬(血露)을 치료하는 데는 잠사, 갖풀(아교) 각각 40g과 복룡간 20g을 쓰는데 함께 가루 내어 한번에 8g씩 데운 술에 타 먹는다. (본초) <동의보감, 내경편, 권 3, 포 p. 376 참고>

여러 가지 잡병을 다스리기 위하여 한증하여 땀을 내는 증각발한(蒸却發汗)을 할 때에도 잠분을 사용합니다. 한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땅 위에 섶 나무불을 지펴 놓고 한참 있다가 땅이 뜨거워진 다음에 불을 쓸어버리고 물을 뿌린다.

다음 그 위에 잠사, 측백나무 잎, 복숭아나무 잎, 쌀겨를 섞어서 4손가락 너비 두께로 깐다. 그 위에 돗자리를 펴고 환자를 눕힌 다음 따뜻하게 덮어 주는데, 여름에는 엷게 덮어 주어도 이내 땀이 난다.

몸통과 발바닥이 축축하도록 땀이 저절로 나면 온분(溫粉)을 뿌려서 땀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제일 효과가 나게 하는 것은 잠사, 복숭아나무 잎, 측백나무 잎인데, 잠사는 쓰지 않아도 효과가 있다.

이 방법은 병이 몹시 위급할 때 쓰는 것이므로 조심해야 하고, 두 번은 쓰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명이 짧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득효) <동의보감, 잡병편, 권 1, 한 p. 937 참고>

누에가 번데기 되기 위하여 지은 누에고치를 이용하여 허준 선생은  잠견산(蠶繭散)이란 약제를 처방하였습니다. 잠견산은 나력을 치료합니다. 그 처방는 누에고치(잠견) 3 개, 백출, 비상 각각 4g을 불리어 가루 내서 살이 짓무른 데 뿌리고 3 일이 지나면 멍울이 곧 없어진다. (입문) <동의보감, 잡병편, 권 8, 제창 p. 148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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