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나방이 낳은 알은 점착성이 있어 알 낳은 장소에 부착하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일정한 장소에 알을 낳도록 유도한다. 알 낳을 장소는 대체로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다.

이 종이를 씨받이 종이라 한다. 요사이는 나방이 낳은 알을 씻어 모아 봉지에 담거나 상자에 넣는다. 옛날에는 종이에 부착한 상태로 다른 종이에 싸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 해 봄에 알을 부화시킨다.

알에서 부화되어 개미누에가 다른 장소로 옮겨 누에를 기른다. 개미누에가 알에서 나간 빈 알 껍질이 붙어 있는 종이를 잠퇴지(蠶退紙)라 한다. 허준 선생은 이 잠퇴지를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였다.

잠퇴지(蠶退紙, 누에알 깐 종이)는 봉루와 이슬이 흐르는 것을 치료한다. 불에 태워 가루 내어 미음에 타 먹는다. (본초) <동의보감, 내경편, 권 3, 포 p. 379 참고>

또한 잠퇴지는 미쳐서 슬프게 울거나 앓는 소리를 내는 사수병(邪祟病)을 치료하는데, 태워서 가루 내어 8g씩 술에 타 먹는다. (본초) <동의 보감, 잡병편, 권 7, 사수(邪祟) p. 1402 참고> 뱀, 지네, 두꺼비 등의 독기가 있는 음식을 먹어서 복통, 가슴앓이, 토혈, 하혈, 얼굴이 푸르락누르락 하는 증세에는 누에알 깐 종이를 적당한 양의 참기름을 묻혀 종이 심지를 만든 다음 약성이 남게 태운 재를 한번에 4g씩 새로 길어온 물에  타서 자주 먹인다.

얼굴빛이 퍼렇게 되고 맥이 통하지 않으며, 정신을 잃고 이를 악물며 피를 토하던 사람도 먹은 즉시 깨어난다. (득효) <동의보감, 잡병편, 권 9, 해독 p. 1541 참고> 또한 통치백물독(通治百物毒)이라 하여 여러 가지 물건에 중독되었을 때는 만병 해독단을 먹는 것이 제일 좋다.

즉 누에 알 깐 종이를 태운 재를 한번에 4g씩 깨끗한 물에 타서 먹으면 신기한 효과가 있다. (직지) <동의보감, 잡병편 권 9, 해독 p. 1549 참고>

누에 알깐 종이는 교장사(攪腸沙) 치료에도 사용된다. 교장사의 증상은 명치끝이 뒤틀리는 것같이 아프고 찬 땀이 나면서 배가 불러 오르고 답답하며 죽을  것같이 되는 것이다. 민간에서 교장사라고 하는데 건곽란(乾癨亂)과 같다.

이것은 산람장기(山嵐瘴氣)로 생기거나 음식을 제때 적당히 먹지 못한 것으로 말미암아 음양이 갑자기 몹시 뒤섞여서 생기는 것이다. 이 병이 생기면 상한 때와 같이 머리가 아프고 답답하여 날뛰다가 잠깐 사이에 죽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먼저 쑥을 진하게 달여서 먹어보아야 하는데, 만일 토하게 되면 교장사다. (득효) 치료하는 방법은 누에 알깐 종이를 태워 가루 내서 따끈한 술에 타 먹으면 곧 낫는다. 또는 소금 끓인 물을 많이 먹고 토해도 낫는다. (득효) <동의보감, 잡병편, 권 9, 구급 p. 1558 참고>

누에 알 깐 종이는 산부인과 치료에도 사용된다.
이퇴산(二退散)은 난산을 치료한다. 이퇴산은 뱀 허물(사퇴, 온전한 것) 1개, 누에 알 깐 종이(둘레가 1자 되는 것)를 약성이 남게 태워 가루 낸 다음 데운 술에 타 먹는다. (단심) <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610 참고>

벽력단(霹靂丹)은 몸 풀 무렵에 갑자기 기운이 풀리면서 눈이 뒤집히고 이를 악물며 얼굴이 검어지고 입술이 푸르러지며 입에서 거품 침이 나오면 태아와 어머니가 다 죽고, 양쪽 빰이 약간 붉으면 태아는 죽고 어머니는 산다. 그러므로 빨리 이 약을 써서 구원해야 한다.

처방은 뱀 허물(사퇴) 1개, 누에알 깐 종이(모두 약성이 남게 태운 것) 각각 8g, 난발(태운 가루) 4g, 유향 2g, 흑연 10g, 수은 3g(흑연과 수은을 함께 냄비에 담아 불에 녹여서 모래알처럼 되게 한 다음 곱게 간다.)을 가루 내어 수퇘지 염통 피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 만 하게 알약을 만들어 겉에 금박을 입힌다.

한 번에 2~3알씩 역류하는 물로 먹는다. 삼키지 못하면 물에 풀어서 입에 떠 넣는다. (입문) 일명 벽력탈명단이라고 한다.<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611 참고>

삼퇴음(三退飮)은 태반이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다. 처방는 뱀허물(온전한  것) 1개, 누에알 깐 종이 1장, 선퇴 49개를 약성이 남게 태워 가루 내어 흐르는 물에 타 먹으면 태반이 곧 나온다. (정전) <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615 참고>

보안환(保安丸)은 산전 산후의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한다. 처방은 생건지황(따로가루낸 것), 마명퇴(蠶退紙, 볶은 것) 각각 40g, 적복령, 목단피, 백작약 각각 30g, 천궁, 세신, 인삼, 육계, 당귀, 우슬, 백지, 목향, 고본, 마황, 택란엽, 부자(싸서 구운 것), 감초(볶은 것), 한수석(달군 것), 방풍, 길경, 선퇴 각각 20g, 석수유, 침향 각각 10g을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한 다음 달걀 노른자위만 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 번에 1알씩 술로 먹는다. (어원) <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640 참고>

소아초생구급(小兒初生救急) 즉 아기가 갓 태어나서 소변이 나오지 않을 때는 빨리 산 지렁이 몇 마리에 약간의 꿀을 넣고 함께 갈아서 음경에 발라 주고 누에알 깐 종이(태워 가루 낸 것), 주사, 용뇌, 사향 등을 각각 조금씩 섞어서 맥문동과 등심을 넣고 달인 물에 타 입안에 흘러 넣어 면 곧 낫는다. (입문) <동의보감, 잡병편, 권 10, 부인 P. 1650 참고>

잠포지(蠶布紙)는 성질이 평하다. 혈풍을 치료하는데, 부인인 환자에게 좋다. 일명 마명퇴(馬鳴退) 또는 잠련(蠶連)이라 하는데, 부인의 혈로를 치료한다. 부인들에게 쓰는 약에 많이 쓴다. 이것은 누에가 갓 까나간 누에알 껍질이 붙어 있는 종이를 말한다. 또는 잠퇴라고도 하는데, 약에 넣을 때는 약간 볶아서 쓴다. (본초) <동의보감, 탕액편, 권 2, 충부 P. 187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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