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값진 선물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는 한자로 잠(蠶)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사람들에게 준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하늘은 사람들이 추위에 벌거숭이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가여워하여,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도록 내려 주신 선물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다 질병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그 질병을 물리치도록 내려준 선물입니다. 하늘은 인간에게 누에를 주면서 지혜를 함께 주어 누에를 기르고 이용하여 사람들이 보호 받도록 하였습니다.

누에는 누에나방과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산이나 들에서 뽕잎을 먹고 살았습니다. 중국의 파촉(巴蜀)이란 지방에 다른 곤충과 같이 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0~6,000 년 전에 서능(西陵)이란 곳에 서능씨(西陵氏)란 귀족이 살았습니다.

서능씨의 따님 누조(嫘組)가 중국 3황(三皇) 5제(五帝)의 첫 번째 임금(帝)인 황제(黃帝)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황제의 원비(元妃)가된 누조는 궁중의 정원을 거닐다가 참나무 잎 속에 있는 아름다운 고치를 발견 하였습니다.

고치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황제의 원비 누조는 고치의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고치의 주변에는 작은 벌레들이 가느다란 실을 뿜어내어 고치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고치를 만져 보았습니다.

부드러운 감촉이 따사한 온기를 동반하여 손끝에서 느껴왔습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포근한 전율이 전신에 감돌았습니다. 황제원비는 조심조심 고치를 참나무잎사귀 사이에서 따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처녀 시절 파촉지방에 누에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시녀들과 같이 누에를 기르는 방법과 고치를 이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랜 연구를 계속하여 고치를 삶아 실을 뽑고 옷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누에와 사람의 동거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옛 문헌 한단고기에는 단군왕검이 궁중에서 누에를 치도록 장려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만들어진 비단은 사람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의복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무역로 실크로드(Silk road)가 생겨나기도 하였습니다. 신라의 서울 서라벌에서는 명주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상품으로 생산하여 유롭지방에 수출도 하였습니다. 서라벌은 실크로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누에를 신선한 벌레로 생각하였습니다. 누에를 처음 사육한 황제 원비 누조를 잠신으로 받들어 매년 선잠단(先蠶壇)에서 제사를 올렸습니다. 누에 모양의 산을 발견하면 잠두봉이라 이름 붙이고 시를 지어 노래하였습니다.

한강변 잠두봉의 절경은 조선 초기부터 고급관료들의 놀이터이고, 중국의 사신이 오면 위로의 뱃놀이를 하였을 정도입니다. 양화나루 근처에 잠두봉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북단의 강가에 있는 절경의 산입니다.

고종 3년 1866년 병인양요 때 1 만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머리를 잘리는 참형을 당한 곳이라 이름이 바뀌어 절두산이라 하였고 그 위에는 천주교 성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천주교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서울 한양의 지리풍수학적으로 보아 남산은 서울의 안산입니다. 서울의 안산인 남산이 서쪽 봉우리를 머리로 한 누에의 형상입니다. 누에는 뽕을 먹어야 하니 그 맞은편에 뽕나무를 심고 잠실동, 잠원동이라 하였습니다. 서울 남산은 제사의 효험이 가장 잘 나타나는 산입니다.

그래서 남산의 이름은 목멱산, 열경산, 종남산, 인경산 등의 많은 이름이 있습니다. 국사당이 있습니다. 왕궁에도 잠실을 짓고 선잠제와 친잠예를 행하였습니다. 농경시대의 산업생산을 장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서울 남산 잠두봉 포토 아릴랜드에서는 서울시가지가 잘 내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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