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마무리…의료계·국회 등 비판

지난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경제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큰 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방역체계와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초기 발생 이후 안이한 대처와 뒤늦은 정보공개로 인해 질타를 받았다.

또한 감염관리를 어렵게 하는 병실문화와 의료쇼핑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9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음압격리병상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음압격리병상을 오는 2020년까지 1500개로 확충한다.

신종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방역대책을 총지휘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인사 및 예산권을 일임했다.

질병관리청이나 처로의 독립 승격에 대한 의견도 강하게 제시됐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또한 24시간 긴급상황실을 운영하며 의심환자 발생 시 즉시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팀'을 구성, 민간전문가를 합류시켜 출동 조치키로 했다.

메르스 확산의 큰 원인으로 지적됐던, 원활하지 못한 소통문제를 해결학 위해서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전담부서'를 신설한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의로 구성돼 있던 역학조사관은 정규직으로 64명을 충원하는 등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국회, 의료계, 시민단체 개편안 반발

그러나 정부의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에 대해 의료계, 시민단체, 국회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청 불발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개편안이 발표되자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책임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관련 상임위는 물론 국회 특위 논의과정에서도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라며 "복수차관제와 질병관리청 설치 거부는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방안"이라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확대 방지라는 본연의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사, 예산권의 독립이 가능한 질병관리청으로 재편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보건부와 복지부의 독립 문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나 문병·병실문화 개선 등 의료전달체계 강화 부분이 미약한 점에 우려를 표했다.

메르스 극복 국민연대 준비위원회는 거시적 대안제시가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준비위원회는 "질병관리청 독립을 통해 직접 지휘를 받는 최소한 광역단위의 산하 지역거점 조직을 갖고 있어야 유사시 지방정부와의 유기적 연계가 원활하고 신속한 방역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의료쇼핑 방지책 미흡 지적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강하게 부각됐던 것 중 하나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문제였다. 1차는 외래 중심, 2차는 입원 중심, 3차는 중증 질환 중심으로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상급병원 진료의뢰서 유료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요구를 의사가 실제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감염관리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정책 입안자들은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일에 예산 배정을 꺼린다"면서 "감염병 감시체계 정비 및 단계적 확대, 감염관리 수준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감염관리 활동에 따른 재정적 보상 확대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지자체,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가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