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상은 하고 입장은 했지만 ‘연평해전’을 관람하면서 ‘국제시장’과는 달리 비통함과 울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생존자들이 증언을 하는 자막이 스크린 위로 올라가며 지워질 때까지 좌석을 떠날 수 없었다. 모두가 떠난 텅 빈자리에서 분노의 눈물이 흐른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선제(先制) 공격은 하지 마라”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억울한 죽음이 있게 된다.

북한군에게 무차별적인 저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불편한 손으로 키를 움켜잡은 한 하사는 의무병에게 “배는 내가 살리겠으니 너는 사람을 살려라”라고 명령한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연평해전의 앞뒤 정황을 알고 있던 우리였지만 게 눈 감추듯, 장마 비가 스쳐 지나간 것처럼 산화한 6명의 국군장병을 잊고 있었다.

뒤늦게 공격을 감행하며 357 참수리호 장병들을 국군 통합병원으로 이송하고, TV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실족한 한 하사를 찾아 육지로 올라온 장면을 보며 거수경례를 하는 의무병. 결국 의무병도 언어 장애자인 어머니의 오열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돌을 갓 지낸 어린 딸과 아내를 두고 떠난 조타수, 머지않아 지상 근무로 돌아서며 곧 결혼식을 올리려 했던 한 하사, 지도자 잘못 만난 죄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그들에게 진급이 무슨 소용이고, 훈장은 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57참수리호 정장인 윤 대위가 안치된 영안실에 온 아버지의 슬픈 모습 뒤로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금강산 관광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것과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결승전에 참가해서 2박 3일의 여정을 무사히 끝내고 서울 공항에 도착했다.”라는 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 대위 아버지가 해군 후배의 경례를 받는 장면.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각종 제재를 받는 등 어려움이 많이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또 앞으로는 이런 어리숙하고 개 같은 교전 수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좀 더 자세히 그 당시의 대한민국의 극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묘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고도의 IT 성장과 민주주의 개방으로 모든 것이 다 오픈되면서 숨길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라도 떳떳하게 당시 NLL에서 북괴 고속정으로부터 무차별 기습 공격을 당하면서도 5단계 교전 수칙을 준수하며 명령을 따르려다 많은 아군의 사상자가 발생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은 단지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2박 3일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묘사되었어야 했는데 너무 밋밋하게 넘어갔다는 것이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다.

촬영 과정에서도 당시에는 합당하게 통과된 장면과 대사가 삭제되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진정한 자유국가, 반공국가가 되기에는 아직도 까마득하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특히 당시의 증인인 고위 장성들의 멘트도 모두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는 이쯤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나와야 된다.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준전시 상태이고 다만 휴전 중임을 알고 그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줘야 한다.

따라서 월남 패망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지난번 ‘국제시장’처럼 편견을 갖고 ‘연평해전’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더 분노가 치솟는다.

누구 하나 책임을 따지는 사람도 없고, ‘연평해전’ 역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부류가 많다. 일부 시민 단체, 심지어는 야당에서조차 문제를 삼으려고 한다. 특히 전교조의 경우 교육부가 안보교육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연평해전’ 단체관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정작 그들은 ‘변호인’이 상영될 당시 학생들에게 단체관람을 권면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맡았던 1981년 부산에서 실제 벌어졌던 부림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사건을 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이 사건 재판장이던 서석구 변호사는 이호철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좌천되기도 했는데 결국 운동권 인사들의 변론을 도맡아 일해 왔다.

서 변호사는 당시는 좌편향의 성향을 갖고 있어 1심 재판장으로서 무죄를 선고 한 것도 민주화 투쟁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금은 당시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며 부림 사건은 검찰이 기소한 대로 공산주의 운동이 맞는다고 고백을 한 사건을 영화(변호인)로 만든 것인데 전교조 교사들이 중, 고등학생들에게 단체 관람을 종영했을 때는 일부 진보 측 언론들이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번 ‘연평해전’을 4개 지역에서 단체로 관람한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권을 옹호하는 영화 변호인은 단체관람을 해도 좋고, 연평해전은 전교조가 지지하는 정권을 비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단체 관람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묻고 싶다.

전교조는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외로 너무 많다. 그런 전교조가 국가로부터 법외노조로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조 활동을 하고 있어 대한민국 법이 얼마나 권위가 떨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 갔던 김 전 대통령은 연평해전 전사자의 장례식장에 얼굴도 내보이질 않았고 국무총리 심지어는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이 하나같이 불참을 했다. 나라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여섯 용사들의 영결식장엔 그 흔한 대통령의 조화마저도 없었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연평해전’을 관람해서 평화를 얻는 대가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희생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 한다. 나라가 없으면 내가 있어야 할 존재가치도 없다.

어떤 지인이 “왜 IMF를 이겨 낸 김대중 대통령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또 어떤 이는 “그깟 재미없는 연평해전 볼 시간 있으면 ‘암살’을 보겠다.”라고 비아냥거린다.

연평해전을 재미로 보는가? 근거 없는 낙관도 실천 없는 비판도 모두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기감 속에서 행해지는 절실한 고민과 작은 실천이 모여 나라의 운세는 바뀌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반공’ 책이 있어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안보위기에 처한 우리는 이 나라를 바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초. 중학교 때부터 반공교육을 뼈를 깎는 각오로 해야 한다. 유일하게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필수적으로 그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여섯 용사의 이름을 딴 고속정 여섯 척이 만들어졌고, 또 다음 달쯤 이면 여섯 용사들이 대전 국립묘지 한 곳에 모셔질 것 같다. 또한 이제부터는 군 수뇌부가 참여하는 추모식도 갖게 되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13년이 지난 이제라도 여섯 용사들을 위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다소 위안이 된다.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기리 보존하세” 나의 조국 대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 만세. 만만세!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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