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한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 메르스가 온 국민을 불안,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힘들다’ ’슬프다‘ ‘우울하다’ ’속상하다‘ ‘눈물이 난다’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 이런 슬픔을 표현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메르스가 시작된 초기만 해도 감염률이 낮다는 사실에 정부의 태도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같이 접하는 뉴스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초조함과 불안감에 떨어야만 했다.

밤사이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아침 뉴스를 틀어보지만 여지없이 기대를 무너트리며 새로운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 뉴스채널들은 앞다퉈 “또 뚫렸다.”라며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시위 현장이 뚫렸다는 것인가, 전쟁도 나지 않았는데 뚫렸다는 말을 서슴없이 쏟아 놓는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채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경쟁적으로 마구 쏟아낸다. 이런 보도가 연일 터지다 보니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의 발길도 끊어지면서 수출 등에도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그 바람에 사우디는 500여 명의 확진 환자가 판명되었어도 세계가 모르고 조용했는데 우리는 사망자가 17명을 넘어서면서 2위라는 불명예를 떠 앉게 되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교제도 없었던 친지, 지우들에게 안부 전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70년 대 만해도 아침이나 만날 때마다 하는 인사가 있었다. 그 당시는 식량도 충분치 않았고 또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는 기사가 연일 신문 면을 장식할 때이다.

그래서 늘 인사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먹는 것과 밤 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가 유행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 그런 인사와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하나 더 생긴 건 “다들 별일 없지요? 건강 잘 챙기세요.”라는 안부 인사말이다.

뜻하지도 않은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MERS)가 온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가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초등학교가 휴교를 하고, 수학여행이 취소되고, 각종 모임과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하거나 연기가 되고 있다.

영화는 물론 시장 보는 것조차 가기를 꺼려하고, 심지어는 외식도 하지 않아, 음식점 등이 텅텅 빌 정도가 되었다. 전국을 뒤덮은 메르스 광풍으로 온 국민이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세월호에 이어 이번에도 초동 대응 실패로 정부가 뭇매를 맞았다.

김치로 사스를 물리친 경험을 바탕으로 메르스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다. 메르스는 사스와는 달리 맵고 찬 것을 좋아하는 바이러스다. 기온도 지금 같은 온도를 좋아하는 데, 그것에 대해 대비를 못 했던 것이다.

또한 감염자들이 늘게 된 데는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와 관행이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특히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관행과 가족. 친지의 문명 문화 역시 2차 감염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 같은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는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맞물리며 메르스 전파 속도를 더욱 키웠던 것이다. 온 국민들이 두려워하며 공포에 떨고 있는 메르스지만 단지 예방 백신이 없을 뿐이지 치료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우리는 사스도, 에볼라도 다 이긴 최고 의료 수준의 나라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공포에 떨 필요가 없다. 이번에도 드러났듯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나 위험할 뿐이지 정상적인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전문의에 따르면 가능한 외출을 삼가고, 부득 불 외출을 할 경우, 귀가 후 손을 비눗물로 씻는 것이 좋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마스크를 사용했을 시 집에 오자마자 바로 세탁을 해야 한다.

또 평상시 물을 자주 마셔서 체내 수분이 지나치게 부족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잠을 잘 때 방에 가습기를 틀어주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또한 예방을 위해서는 잘 먹고, 손을 비눗물로 잘 씻고 양치질을 잘해야 한다. 특히 과로는 금물이다.

아울러 덥고 건조한 메르스의 성질을 정확히 알고 그에 알맞게 대처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비가 내려서 건조한 기상이 변화되는 것이 메르스를 이기는 방법이다.

혹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일 경우 지체 없이 119나 가까운 보건소에 먼저 신고하고 지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한의학적인 예방 차원에서 보면 기(氣)를 수렴하는 작용이 있어 폐와 대장을 온전케 해 기침을 낫게 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복통을 줄이는 등 살충효과가 있는 매실차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오미자, 생지황, 맥문동, 갈근(칡) 등의 약재가 지금 상황에서 건강을 지키는 체액을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메르스 위기는 섬뜩할 정도로 세월호의 복사판이다. 상당히 다른 두 사건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정부의 ‘과소대응’이 일부 시민들의 ‘과잉반응’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가 지난해에는 슬픔으로, 올해는 공포로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기보다 집안에 있게 만들었다. 소비를 막았다. 무더위가 시작되었지만 해수욕장이 적막할 정도다. 한 철을 노리던 사람들이 울상이다.

우리는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를 통해 공공 안전을 위한 교훈을 미래에 남길 것이다. 세월호는 올 것이 왔다. 여러 건의 규제 실패, 공무원들의 안일에서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그러면 메르스도 인재로 볼 것인가 아닌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삼성 병원과 중앙정부가 모두 오판을 하는 바람에 인재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누구를 문책하고 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 지자체가 앞으로의 여파를 고민하고 사태 수습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민관 모두가 총력을 기울이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감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또한 언론도 너무 앞서서 불안을 조장하는 경쟁적인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

환자의 수가 늘고 주는 데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며 불안에 떨게 하지 말고 차분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메르스 치료 병원에 전문 인력을 파견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 메르스 치료와 진료에 동원되어 있는 전문의와 이를 지원하는 전공의들, 그리고 간호사들이 과도 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은 며칠째 일회용 식사를 하고 있을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가족들이 학교나 아파트에서 왕따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러 이 중 고통을 겪고 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하면 군(軍)과 다른 공공의료기관의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 가능한 방법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 중앙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 간의 소통과 협업이 제대로 구현되기를 소원해본다. 어찌하다 보니 세월호 참사에 울고, 강남스타일에 웃고,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버렸다.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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