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긴 세월 비바람에 삭아버린 십자가 모양의 비목이 구멍 뚫린 녹슨 철모를 쓰고 궁노루 뛰놀던 평화의 댐을 벗한다. 무명용사의 젊은 영혼이 깃든 거친 돌무덤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있고 뭉게구름은 무시로 휴전선을 넘나든다. 조국의 국운 상승을 기원하는 무명용사들의 간절함이 베여나는 것일까, 갑자기 나타난 햇무리와 채운(彩雲)이 포연 자욱하던 하늘을 오색 무지개 빛으로 물들인다.”

피의 역사가 흐르는 강이 있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넘고 강원도 양구. 화천 평화의 댐과 한국 전쟁 때 국군이 중공군을 대파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파로호(破虜湖)라는 친필 휘호를 내렸던 인공호수인 파로호를 거쳐 경기도 남양주 두물 머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하는 북한강이 바로 피의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화천의 북한강은 아군과 적군의 피가 폭포수처럼 흐르던 강이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평화를 염원하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화천을 향하는 까닭이다. 익히 알고 있지만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국가보훈처에서는 6월이 되면 추모의 기간(6월 1일~10일) 감사의 기간(6월 11일~ 20일) 화합과 단결의 기간(6월 21일~30일)으로 나누어 기간 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호국보훈 행사를 치르며 국가유공자 및 유족 위로와 격려의 자리를 마련하고 추모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해 전부터는 천안 함 피폭 등 제2연평 해전(海戰) 기념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치르면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 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충일이지만 세계 2차 대전을 치른 연합국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1944년 6월 6일 개시한 연합군의 북유럽 상륙을 성공시킨 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독일에 결정타를 가해 2차 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을 종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작전은 노르망디 해안을 지키던 독일의 롬멜 장군이 자기 아내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6월 5일 독일로 떠난 다음날 아침에 기습적으로 감행한 기습작전이다. 이때 롬멜이 급히 복귀해 응전했지만 이미 늦었다.

독일 군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예상도 못 했던 곳을 노려 기습적으로 상륙작전을 펼친 것이 성공 한 것이다. 당시 독일군은 이 해안을 천연적 요새라고 생각하고,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켜놓은 곳이다. 그런 생각에 빠진 독일군은 이곳으로 상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연합군이 바로 이런 방심을 역(逆)으로 이용한 것이 성공으로 이끌게 한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보다 더 어렵다고 판단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6.25전쟁에서 극적 반격 기회를 만들었던 맥아더 장군은 당시 그 작전을 반대하던 사람들에게 노르망디 작전을 사례로 들면서 설득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합국들은 오늘날도 기억하며 기념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군이 남침한 6월 25일을 기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분노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그날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날로 생각하고 그날을 기념하며 축제 분위기에서 즐거워한다.

그나마 6월 25일을 기억하고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지만 아쉬운 점은 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인천 상륙작전을 감행한 9월 15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일을 기억하며 분노하기보다는 그것을 극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건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게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은 아닐는지. 이 같은 시점에서 문득 새로운 군사부일체를 생각하게 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떠올리면서다. 국가의 현실은 군사력이 지키지만 국가의 미래는 교육과 윤리가 지킨다. 과연 현실에서 미래를 책임 질만한 교사들이 몇 명이나 있는 것일까.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던지는 질문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거리에 플래카드를 걸고 노란 리본을 달던 야당과 일부 사회단체, 정작 ‘보훈의 달 6월’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검정 리본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보훈의 달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건 정당은 여당뿐이다.

여. 야가 구분이 될 정도로 참 아이러니하다. 과연 이 시대의 군(君)을 자처하는 정치권, 부모들, 교사들이 정치인답게, 부모답게, 교사답게 윤리적 기조를 당당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참으로 한심 한 것은 일부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잘 못 교육을 시키고 있음에도 어떤 제재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제자들에게 “미국이 우리나라에 와서 전쟁을 하는 바람에 남북이 갈라지고, 이산가족이 생겼다.”라며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가르쳤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미국을 그렇게 원수로 비난하면서도 북한은 우리 민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미군이 왜 한국에서 전쟁을 해야만 하고 왜 이산가족이 생겼는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했다. 또 북한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임에는 분명하지만 국가 안위 차원에서는 경계대상이 아닐 수 없다. 분단국가의 비운(悲運)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에서 전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일성이 남침을 하면서 유엔 결의에 따라 16개국 연합군이 한국에 투입된 것이고 미국 역시 연합군의 일원으로 한국 전쟁에 참여, 자유 수호를 지키기 위해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명을 바친 나라다.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할 미국을 원수의 나라로 왜곡,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위험스럽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되다 보니 국가관이 없다. 몇 해 전이지만 공군 사관생도들 중 상당수가 설문조사에서 6.25전쟁이 북침을 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또 한 지방 교육 위원은 공개석상에서 “효순이, 미선이를 미군이 탱크로 살인을 했다.”라고 말하면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천안함 피폭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조작하면서 엉뚱하게 북한에 그 죄를 뒤집어 씌운다.”라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교육자가 저런 사고를 갖고 있었으니 그에게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과연 어떤 국가관을 갖고 있겠는가. 충(忠)은 국민 태안을 위함이요, 효(孝)는 가화만사성을 위한 것이요, 스승에 대한 존경은 국가 백년지계를 위함이다.

따라서 교사는 이 시대의 국태민안과 가화만사성과 백년대계의 주체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고 일체 의식을 형성하고 교육해야 한다. 참 교사라면 구시대적 상처 때문에 투쟁을 일삼는 것과,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는 누가 뭐라 해도 이 시대를 책임져야 할 리더의 당사자들이 아닌가.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사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군 입대자에게 총검술 훈련에 앞서 국가관을 확립하기 위한 안보교육이 더욱더 필요한 때다. 6월 한 달만이라도 여야 정파를 떠나 한마음으로 호국 영령들에게 추모의 마음을 갖고 유가족들을 위로하자.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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