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짜리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정을 부린다. 주변의 관계와 형편을 살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나칠 만큼 집착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현상에 대한 반응은 단순하고, 말을 어눌하며, 걸음은 불안정하다. 생각 또한 미숙하고 실수도 많다.

어른의 정신연령이 세 살짜리와 같다면 얼마나 심각 한 일인가. 우리들도 돌이켜보면 예외 없이 고집스럽고 미숙하며 오로지 자기만 알던 세 살짜리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세 살 수준의 나이로 살아가며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세 살짜리 어른은 언제나 자기의 올바름을 주장만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이 된다. 남을 비웃고 험담함으로 자신의 부족한 것을 감추려 하거나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성인아이의 자기 정죄 의식(self- condemnation)이다. 따라서 성인아이 심리가 있는 어른은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게 불가능하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세 살짜리 어른은 좋은 인간관계와 훌륭한 리더십을 갖출 수 없다.

그래서 세 살짜리 어른에게 사회적 관계의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쯤에서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나이가 든 어른들치고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양치기 소년은 단지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뛰쳐나오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재미가 들려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의 거짓말에 속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양들을 모두 잃고 만다.

만약 이 동화책 속 우화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상상해보았다. 양치기 소년의 말을 또다시 믿자니 아무래도 미심쩍은 게 너무 많다. 거짓말에 속아 헛걸음을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것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떠질 것이다. 그렇다고 또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단 한 번의 불신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양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으로 계산하며 우왕좌왕하느라 소년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 절반은 줄어든다. 정말 늑대가 왔었다면 “우리만 늑대를 쫓아내느라고 고생했다.”라며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우리만 속았다.”라며 화를 낼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무슨 말을 듣든 말든 일단 의심부터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각종 규칙과 그에 따른 벌칙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양치기 소년을 믿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각자 집에서 양을 기르며 아이들도 항상 데리고 다닌다.

일을 다 하려다 보니 효율이 낮아지고 살림살이는 점점 궁핍해질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분명하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신뢰’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신용을 기반으로 일처리가 이뤄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 단체가 많은 사회는 그만큼 생산성과 효율이 높다. 요즘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두 개의 사례가 떠오른다. 하는 짓거리가 꼭 그렇게 보인다.

외형은 어른이 분명한데 하는 짓거리는 세 살 어린아이처럼 자기 고집만 내세우며 생 떼를 쓴다. 심지어는 막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지를 모른다. 생각하는 것이 미숙하고 집착한다.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도 않는 게 특징이다. 또한 거짓말을 늑대 소년처럼 잘 한다.

그래서 수시로 국민을 농락하고 국민을 힘들게 한다. 국민들은 믿기지 않으면서도 연거푸 속임을 당한다. 양들은 늑대에 잡혀 먹히고, 일을 하려 해도 능률은 떨어지고, 살림살이는 점점 궁핍해져만 간다.

이에 뒤질세라 검증도 되지 않은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되어 유포되기도 하고, 지어낸 이야기가 마치 전문가가 쓴 것처럼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가고 있다.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민생은 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며 발목 잡기나 하면서 하라는 일은 하지도 않고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세월호’ 관철을 위해 시행령 개정권까지 들고 나와 행정기능을 무력화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온갖 거짓을 늘어놓으면서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가뜩이나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의원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도 부족했던지 요즘 메르스로 인해 온 나라가 더욱더 뒤숭숭하다.

이 사람, 저 사람마다, 카톡에 전승자처럼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때로는 의학지식인 양 유포되기도 한다. 또 어느 병원이 환자들을 치료했던 병원이라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게 그 예다.

이런 정보들은 이슈거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거나 여러 장의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곁들여 사정을 잘 모르거나,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을 현혹하고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괴담의 홍수다.

모 병원에 비밀리에 환자가 있다는 등 대형병원 중환자실이 폐쇄되었다는 등, 지방 초등학생이 확진을 받았다는 등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학교에서 직접 보내온 공문’을 재전송한다는 등, ‘병원 직원이 내부적으로 알려준 내용’이라는 식의 문자가 수도 없이 날아든다.

괴담만큼 정부의 발표 역시 믿기가 힘들 정도다. 정부가 하는 것을 보아도 임기웅변식이다. 유포자를 밝혀 처벌을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유언비어가 왜 생겼는지 유포되는 이유를 살피면 해답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를 못 믿겠다고 한다면 왜 못 믿게 하고 신뢰를 잃었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정부가 이제껏 발표 한 것은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거짓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믿고 기다려 달라’는 정부의 말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기다리라’라는 정부의 말을 세월호에 대입해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라는 인식으로 바뀐 것이다. 더구나 어이가 없는 것은 보건복지부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예방책이 등장한 것인데, 낙타도 없는 나라에서 무슨 낙타와 밀접한 저촉을 피하라는 말인가?

그러니 당연하게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모두가 초기 대응을 잘 못한 복지부에 질타를 하지만 복지부 역시 발을 빼며 사실을 밝히기를 무슨 이유에서인가 꺼린다. 공개도 하지 않으려 하고 거짓을 일삼는다.

뒤늦게 박 대통령의 메르스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한 후 민관 합동의 종합 대응 태스크포스 (TF)를 구성하고 지역별로 메르스 의심. 확진 환자를 진료하는 거점 중심 병원을 운영키로 했다.

더 이상 중앙 정부는 헛발질 그만하고 이제는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는 중심에 서있어야 한다. 당 청의 신물 나는 친 박. 비박 간 이전투구나 야당의 친노, 비노 계파 투쟁도 이쯤에서 중단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정치싸움 판 만들지 말고 국가 단위의 재앙 극복에 하나가 되어 힘을 보태야 한다. 현재까지는 감염자 30명, 사망 2명, 검사 중인 사람 99명, 격리 대상자가 14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새로운 감영 경로로 추정되는 의심 환자도 등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세 살짜리 어린아이 같은 어른,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국회의원이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임기 내내 노란 리본을 달고 행정기능을 무력화 시키며 민생 살리기 등 각종 비리에는 눈을 감았던 야당, 6월은 보훈의 달이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 대신에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검정 리본을 달 의향은 없으신지?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지율 5% 짜리인 국회는 해산 시키자.

[시인. 칼럼니스트. 前 국민대학교평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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