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현대의료기기·서울시 보건의료정책 등 과제 해결 의욕

서울특별시의사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으로 당선된 김숙희 회장(김숙희산부인과 원장).

그의 당선은 올해가 서울시의사회 창립 100년을 맞는 해여서 더 의미가 깊다. 더구나 의료사회의 보수적인 정서를 고려했을 때 최초 여성 서울시의사회장이라는 타이틀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6월 1일로 취임한 지 두 달이 된 김숙희 회장은 더할 나위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막 끝난 2016년도 수가협상은 김 회장의 바쁜 일정에 큰 축을 담당하는 무거운 과제였다.

김숙희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 단장으로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상폭은 낮아졌으나 부대조건없이 밴드(추가소요재정) 6503억원에서 지난해 2399억원보다 많은 2459억원을 가져오는 타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4월 1일 취임 후 수가협상단장까지 맡아 어떻게 2개월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수가협상은 건보재정 흑자에 기대가 컸는데 잠이 잘 안올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매일 새벽 기상 '철인'으로 불려…“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겠다”

김숙희 회장의 바쁜 일정은 그가 서울시의사회장 선거에 나오면서 내걸었던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도 포함됐다.

후보 시절 내부분열을 봉합하고 소통할 것과 여성의 섬세함으로 회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을 강조했던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난다. 행사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회원들을 만나고 목소리를 듣는 자리니까 어디든 부르면 간다”면서 “서울시의사회 이사들이 철인이라고 한다.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겠다”며 웃어보였다.

100주년을 맞아 행사 준비로도 분주하다. ‘시민과 함께하는 의사회, 건강 서울 100년’을 슬로건으로 정한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남산 걷기대회도 개최했으며 10월 음악회, 12월 공식행사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 편찬위에서 100주년사 발간도 준비 중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불가와 의약분업 재평가

김숙희 회장은 정책 추진에 있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가장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과 관련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이것은 의사, 한의사의 싸움으로 보기보다는 '국민건강' 측면에서 생각을 해 봐야 한다”며 “한의학은 대한민국의 전통의학으로서 그 역할을 하면 된다. 이걸 안하면 전통의학이 아니다. 스스로를 부정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의협에 힘을 싣고 있다.

의약분업 재평가와 선택 분업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회원들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의약분업을 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됐는지, 재정은 얼만큼 절감이 됐는지, 의약품 유통은 얼마나 투명해 졌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의약분업 재평가를 통해 불합리한 부분은 시정해 나가는 게 원칙”이라며 추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선택분업에 대해서는 “국민편익 차원에서는 이뤄져야 하는데 개원가에서 약사를 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에 의사 참여 및 회비납부 방안 등 고민

김숙희 회장은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에 의사 참여를 요구했다. 공공의료 확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책수립을 다 해놓고 참여만 요구할 게 아니라 정책 수립 초기에 의사들이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의사회 내부적으로는 저조한 회비납부 방안을 고민중이다. 연수 평점 연계 등의 방안이 있으나 강제적인 것 보다는 자발적 회비납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협과의 공조도 강조했다. 아직 밀월기간이기는 하지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 등 추구하는 바가 같다는 것도 양 단체의 협조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숙희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서울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지킴이로서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다”며 “회원들이 의사로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고, 의사들로 하여금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게 해주는 것이 서울시의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단있는 여장부, 글에 대한 재능 남달라

김숙희 회장은 지난해 3개월 동안 휠체어 신세를 질만큼 큰 골절상을 입었다. 다리에 철심을 박은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몰래 입원해서 철심을 제거하고 일주일만에 다시 선거현장으로 뛰어들만큼 강단이 있다.

이런 면을 보면 주변인 추천으로 회장선거에 등떠밀려 나갔다지만 김 회장이 첫 서울시의사회 여성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바쁘게 지내는 김 회장의 건강관리방법에 물었더니 집무책상 옆에 놓인 실내자전거를 가리키며 “갔다놨는데 한번도 못탔다”면서 웃었다.

그는 의사수필동호회 ‘박달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의사 평론가상을 받을 정도로 글에 대한 재능도 남다르다. 지난 2월에는 ‘풍경이 있는 진료실 이야기’라는 수필집도 발간했다. 표지와 내지에 들어가는 그림은 화가인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김숙희 회장의 외가쪽 인척이기도 한 김한중 차병원그룹회장의 추천사처럼 진료현장 경험을 표현하는데는 인문학적 통찰력이 빛나고 ‘나의 삶, 나의 가족’에서는 영국에서 잠시 인연을 맺었던 고양이를 그리는 소녀의 감수성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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