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마음 먹고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주변에서 난리를 피우고 또 이념문제가 대두되면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또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내 자신이 어렵게 살아온 추억을 떠 올리며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 ‘덕수’(라는 한 남자가 어깨에 짊어진 가장의 무게, ‘자기 인생에 자기는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들의 삶의 방식은 기성세대의 가슴에 응어리로 맺혀있다.

이런 영화에 눈물을 흘리다니, 늙은이라 그럴까. 아니다 다행이랄까 예상외로 젊은이들도 많이 관람했고 또 그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부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그런데 저 진짜 힘들었거든예” 덕수의 독백처럼 우리는 힘겹게 살아왔다. 잘했건 못했건 한 가족을 지켜왔다. 힘은 들었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이런 영화 ‘국제시장’ 이 개봉 후 28일만에 세운 기록으로서 2015년의 첫 1000만 관객돌파 영화라고 언론매체가 앞 다투어 시끄럽게 떠든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옆 좌석에 있던 젊은이에게 물어봤다. “이 영화보고 난 후 소감이 어떠냐?” 고 물었다. “이 영화를 보니 아빠한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마운 생각도 들고요.” 이 영화는 어찌 보면 한 남자가 살아온 이야기일 뿐이다.

그 남자의 삶의 가치는 영영이별 하고만 아버지의 당부도 당부이겠지만 오직 가족뿐이었다. 그 시대의 가치가 그랬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가상인물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은 집집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 가 있다.

1930~40년대에 태어나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온 세대의 삶은 영화 이상으로 절절하기만 하다. 특히 70~80대 아버지들은 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우리는 자식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부족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은 가치관의 차이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덕수’ 또래의 아버지들이 주위에 많이들 살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6.25전쟁을 겪은 아버지는 반공정신이 강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민주화시대에서 교육을 받은 자식들은 안보에 무관심하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위아래 세대 모두와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옆자리 어르신과 함께 눈물 한 줄기, 서로 흘려가며 영화 잘 봤다.

어쩜 그렇게 아버지, 아저씨, 아는 형님 얘기 같은지, 게다가 이산가족 상봉이란 소재는 남성 호르몬 왕성하던 30년 전에도 눈물을 흘리게 하더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가슴을 축축하게 적신다. 이산가족도 없지만 눈물이 났다. 왜 그래야하는지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자가 사람다움을 말할 때 제일 앞머리에서 밝히는 측은지심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의 평생의 트라우마. 흥남부두에서 잃어버린 아버지와 여동생, 아버지는 끝내 찾지 못했지만 다행히 여동생은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났다. 그러나 뒷이야기는 아쉽게도 이어지지 않았다. 지하 1500m 막장에서 주먹만 한 돌덩어리가 머리 위로 떨어지고, 또 막장에 묻혀 죽을 수밖에 없는 ‘덕수’를 구조하러 막장으로 들어가는 한인 광부들, 그렇게 영화 속 주인공인 덕수는 죽을 만큼 고생하고 그 고생한 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고생 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면접관에게 곤란한 질문을 받고서 당황은커녕 애국가 한 방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주인공 덕수의 이야기는 2015년 한국에선 판타지에 가깝다.

특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삼포세대’ 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아버지 세대를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버지 세대의 고생 후일담을 듣는 것을 지겨워하는 젊은 세대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아버지 세대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돈도 벌고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땅 값 오른 사람이 성공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져버린 시대가 된 것이다.

“내는 그리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많은 젊은이가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의 독백에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라는 드라마 ‘미생(未生)’ 의 대사에 더 공감을 하게 된다.

이는 젊은이들에게는 할아버지(아버지들) 세대의 노고에 대한 감상보다는 여전히 풍파 속에 있는 현실이 훨씬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은 미생이라도 취업하고 싶고, 완생(完生)을 꿈꾸기보다 직장에서 쫓겨 나 사석(死石)이 되지 않기를 소망할 뿐이다. “우리가 취업 못하면 부모님 세대도 죽어난다고요. 청년을 ‘봉’으로 알면 우리는 순순히 연금을 내주지도, 집을 사주지도 않을 거란 말입니다. 알겠습니까?”

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이렇게 아버지들을 향해 외쳐대고 있다. 어떤 개인에게 대한 항변이라기보다는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성세대를 향한 경고 매시지다. 반백이 다 된 주인공 덕수는 가족들을 놔두고 다른 방으로 가서 그렇게 죽고 못 살던 가치들을 떠나보내며 평생 동안 차곡차곡 온 몸에 채워온 눈물을 아버지 사진(영정) 앞에서 풀어놓는다. “아부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그런데 저 진짜 힘들었거든예” 덕수의 눈물어린 독백이다.

자식, 손주, 아직도 지켜내야 할 가치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더 이상은 그럴 힘이 그에게는 없다. 더 이상은 본인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스로 정리를 하고 떠나갈 차례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런 삶의 허무, 그 마지막 페이소스가 깊은 울림을 우리에게 안겨 준다.

가장(家長)이란 그렇게도 힘든 자리이자 가정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다. 그만큼 가족은 소중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폭격이 무섭고 배가 고파 숨어서 울었던 소녀, 미군 지프차를 보고 달려가 “헤이 기브 미 초코렛” 하며 손을 내밀던 코 흘리게 소년이 바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하자.

누구라도 언젠가 때에 이르면 노인이 된다. 지금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우리 모두 ‘국제시장 출신’이라는 생각으로 아버지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자. 그래야 ‘국제시장 세대’ 와 ‘미생 세대’가 서로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벌써 1000만 명 이상이 봤다면 상술만 좋은 게 아니라 ‘감성’으로 남녀노소가 공감대를 형성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유명세로 국제시장, 특히 꽃분이네 매장등 상당수 매장이 보증금 인상(2000에서 5000만원)으로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관리업체의 인상 철회로 매장을 다시 운용하게 되었다.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도 예상을 뒤엎고 비박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앞도적인 표차로 당선 되었다. 친박계를 자처하는 이주영 의원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 자체가 당심(黨心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민심의 소리를 경청하며 인적쇄신 등 국정운영 스타일을 통째로 바꾸는 과감한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특히 국민과 소통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민심의 주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각에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어 갈수 있도록 새바람을 일으키라는 것이다. 63회 생일을 맞은 박대통령이 당. 정. 청의 정책조정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들에게 염려 끼칠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국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옥상 옥’ 이 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는 옛 속담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도 무엇일까? 민생을 먼저 파악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배우 황정민이 ‘국제 시장’ 속 덕수로 분해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팔아넘긴 눈물이 이 삭막해진 사회를 조금은 물기가 촉촉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영화 ‘국제시장’ 은 영어 제목 ‘아버지에 대한 헌시(Ode to my father)' 처럼 과거를 끌어와 아버지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로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아버지의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 날은 언제쯤 오려나. 박대통령은 비박 원내대표 당선을 소통과 화합, 그리고 쇄신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은 박대통령의 강인한 집권 원동력을 믿는다.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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