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숙 북부병원 부장, "사회적 낙인 푸는 과정 필요"

하나의 질병이 산업 발전이라는 국가적인 사명으로 인해 소외된 이후 국민 전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떠오른다면 당신은 어떤 대처를 하게 될까?

심각한 전염병임에도 사회적 편견과 질환에 대한 인식 부재로 꾸준한 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폐렴'은,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만 환자 수가 무려 5만명(2012년 기준)에 육박하는 '사회적 질병' 중 하나다.

폐렴이 무서운 이유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 확산,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다. 결핵을 방치하면 질병 수준이 하나의 약제로 해결이 되지 않고, 복잡다단한 질환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다재내성 결핵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다재내성결핵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치료하기가 어렵고 치료 기간까지 길다.

결핵의 국내 환자 보유수가 적다고 판단된다면 이런 설명을 붙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발생률, 사망률, 유병률, 다제내성 결핵 환자수가 1위인 불명예 4관왕을 유지하고 있다.

결핵에 대한 올바른 시선과 예방을 위해서는 어떠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서울북부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을 통해 들어봤다.

-현재 국내의 결핵 유병률과 잠복결핵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한 2013년 결핵환자신고 현황 연보를 보면 결핵 신환자수는 2012년 3만 9,545명에서 2013년 3만 6,089명으로 8.7% 감소했다. 국내전체 결핵 환자 수는 4만 5,292명이고,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율은 89.6다.

2012년 OECD 34개 회원국의 결핵 발생 현황을 보면, OECD 국가의 평균 결핵 발생률이 인구 10만 병 당 13.4명, 유병율 17.9명, 사망률 0.8명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결핵 발생율 108명, 유병율 146명, 사망률 5.4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결핵방생율, 유병율, 사망률, 다제내성 결핵 환자수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잠복결핵감염자 수도 대략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잠복결핵감염자 수가 1500만명이면 인구 3명 중 1명에 달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잠복감염결핵 감염과 활동성 결핵과의 관계를 빙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수면 위의 빙산의 일각을 활동성 결핵, 수면 밑에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빙산을 잠복결핵감염이라고 한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인체 내에 있는 소수의 균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결핵균의 항원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을 보고 결핵감염을 진단한다.

최근 시행된 국내연구에서 잠복결핵감염 유병율을 추정하자면, 15-20세의 고등학생이나 젊은 군인에서 약 20-30%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30년 전에는 최근 잠복결핵감염 유병률과 비교하여, 2-3배 높은 수준이다.

잠복결핵감염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8년도에 국내 전체 인구의 추정 결핵감염율은 31.1%였다.

20대가 8%, 30대가 11.9%, 40대가 34.8%, 50대, 60대로 갈수록 80%에 육박한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국내 결핵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결핵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

과거에는 활동성 결핵 환자의 치료가 정책의 우선 순위였지만, 이제는 결핵 유병률이 점차 감소가 예측되면서 예산이 지금까지의 일반 결핵 환자를 위한 ‘보편적(generalized)’인 정책 중심에서, 최근 대폭 증가된 예산을 다제내성 결핵환자, 취약계층이 포함된 결핵 고위험군, 치료에 비협조적인 비순응자 등을 위한 ‘선택과 ‘집중적인(‘selected and concentrated’)’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잠복결핵감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점차 고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던 국가 결핵 정책이 바뀌고 있으며, 이를 위한 예산의 배정 폭이 확대되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은 낮은 편이다.

맞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결핵환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사회로부터 사람들을 밀어내는 대표적인 질병이 HIV/AIDS, 결핵, 암, 매독 등이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4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결핵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결핵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정답률:34.6%),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핵검진이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본인의 결핵발병 가능성을 낮게 생각하여 검진을 받거나 결핵예방 및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청소년의 결핵감염과 결핵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결핵의 증상, 치료, 전파, 발병 원인 등에 관한 기초 지식을 제대로 하는 비율이 30% 내외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결핵퇴치 New 2020 Plan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관리 향상과 더불어 결핵감염 예방행동을 위한 단장기 결핵홍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결핵 예방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핵에 대한 지식 정도와 결핵에 대한 심각성 인식을 높여줌으로써, 사회적 낙인을 줄여가는 홍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결핵 관리를 위한 사업은 무엇이 있나?

핵심적인 국가결핵관리 사업을 들자면,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민간공공협력결핵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지자체, 민간병의간 협력을 통해서 환자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사업입으로 현재 112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환자와 비순응자에 대한 입원명령사업도 진행 중인데 환자의 완치를 목적으로 한다.

환자 치료 및 관리 지원으로 결핵환자의 진료비를 산정특례 적용을 받도록 하는 사업으로 환자는 본인부담금의 5%만 내면 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90%는 건강보험에서 5%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어 "돈이 없어 치료를 못했다는 이야기"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런 사업들을 계기로 2013년 제1기 결핵관리종합계획이 수립된 이후로 2012년 대비 신환자율이 9.0% 감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왜 결핵환자는 치료 성공률이 낮은가?

그것은 다재내성의 경우인데 현재 진행하는 입원명령 사업으로 진정되는 국면이다.

현재 국내에서 입원명령으로 관리 받는 결핵환자는 980명으로 71.4%, 비순응 결핵 환자가 393명으로 28.6%였다.

3년간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다제내성 결핵환자비율이 55.9%에서 2013년 80.4%로 증가해 다제내성 결핵환자이라면 입원명령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비순응 결핵 환자 비율이 44.1%에서 2013년 9.6%로 감소하여, 결핵환자관리가 체계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일선 현장에서 치료를 등한시하는 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환자도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당위성이 부여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핵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확실히 사회취약계층 특히 노숙인에서 치료중단률이 높았는데,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나 상황을 보면 치료인식부족으로 인한 연락두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약물 부작용, 생계형 진장 문제 등 바빠서 병원을 방문할 수 없다거나 하겠다고 말만하고 실제로는 방문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국내 결핵관련 정책 중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현재 입원명령 사업이 진행 중에 있는데, 사업 초기에는 사업의 내용이 여러 차례 바뀔 정도로 정착되지 못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실화가 되어 있는데, 일선 진료현장에서 가장 애로사항은 입원명령의 가장 큰 취지가 이들의 사회적 격리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감염을 줄이고 병원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다제내성 결핵에 처방하는 약제들을 병합하여 처방한다고 해도, 강력한 1차 항결핵제와는 살균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략 3-4개월 이후에나 균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균음전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환자들은 입원기간 동안 답답함을 호소하게 되고, 여러 구실로 외박이나 외출을 원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환자와 의사와의 유대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있어, 환자는 의사의 지시없이 의료기관을 무단으로 나가버리는 경우나 해지조건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퇴원을 강력히 원하게 된다.

올해 한 국립결핵전문병원에서 이렇게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의 관리를 위해 치료감호소를 설치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인권과 상충돼 이를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제 생각에는 환자를 치료 감호소에 가두어 전염환자를 격리하는 효과보다는 그런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환자는 마땅히 치료를 하겠노라고 하는 전시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결핵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편견과 선입관을 바꾸는 지속적인 사회 여론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회적 질병인 결핵은 결핵환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질병이다. 어떤 정책이라고 규제일변도라면 아무리 휼륭하다고 할 지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결핵은 사회적 낙인을 연상시키는 질병으로 포용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들에 대하여 좀 더 따뜻한 시선과 더불어 치료비 지원 등이 요구된다.

특히 결핵과 정신질환이 함께 동반된 환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치료에 대한 불평등을 받고 있다. 각각의 질병에 대한 전문 병원은 있되, 이들이 함께 있는 환자들은 갈 곳이 별로 없다.

-다재내성 결핵 치료제 서튜러에 대한 경험은?

현재 한 명의 여자 환자에게 3 주전부터 처방하고 있다.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한쪽 폐절제술까지 받고 2년 이상 다제내성 결핵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제를 복용했지만 치료 종결 직전에 객담 배양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서 다시 우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더 이상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제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출시된 신약의 가격이 만만찮음에도 환자의 가족은 미리 약제비를 준비해 투여 중에 있다.

투여 이후에도 매주 검사와 경과관찰을 하고 있고, 환자는 부작용 없이 약을 잘 복용하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를 하는 의료진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를 꼽으라면, 하나는 약제를 24개월 이상 복용토록 독려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작용 발생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일인데 그런 면에서 서튜러는  6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단기간만 복용하는 일정을 가지고 있다.

부작용 발현이나 장기간의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부담을 신속하게 덜어줄 수 있어, 처방을 하는 입장이나 환자 입장에서도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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