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5일, 길게는 9일간의 추석연휴가 끝나면서 일터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사뭇 분주하다. 대체 휴일로 10일 하루를 더 쉰 관공서와 금융계도 있고 일반기업체 중에는 아예 12일까지 쉬면서 추석연휴가 9일이 되는 업체들도 많지만 11일부터 업무를 재개하는 일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덜도 더도 말고 추석한가위만 같아라.” 하던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왠지 아쉽고 허전하다. 물론 올 추석은 예년 절기에 비해 앞질러 온 탓도 있을 것이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상징하는 한가위를 실감하기엔 9월초는 아무래도 그랬다. 햇곡식은 아직 덜 여물었고, 밤 대추도 익으려면 아직 이른 철이다. 결국 묵은 쌀로 송편을 빚고 철 이른 사과, 배 등 과일을 차례상에 올리자니 어린 시절 느꼈던 추석 분위기가 영 아니다. 그러나 허전하고 우울한 기분이 그것 때문일까. 추석 귀성길을 다녀오는 이들이 느끼는 아쉽고 허전함의 밑바닥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서일지도 모른다.

11일부터 국가와 국민이 모두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긴 잠에서 깨여날 줄 모르고 있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시급한 민생법안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도 국회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면서도 낯 두꺼운 국회의원들은 400여만원의 추석보너스를 냉큼 삼키고도 시침을 뗀다. 그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도 적용받지 않는 특권이 있다.

국회가 이토록 기능이 마비된 것은 제 1야당을 자처하는 새정치연합이 있어야 할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새정치연합이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국회가 아닌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보행진이란 말인가. 당내에서 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세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되지 않으면 일반적인 경제, 민생 법안도 다룰 수 없다고 생떼를 쓴다.

이는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유족들의 뜻도 아니다. 오히려 유족들에게까지도 ‘누’를 끼치고 있다. 유족들 역시 세월호특별법과 무관하게 다른 법안도 다루어지는 국회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직무를 포기한 이들 국회의원들에게는 지급된 세비를 환수조치해서 국고에 귀속시켜야 마땅하다. 올 추석 민심에서도 정치권에 대해 두둔하는 목소리는 없다.

“매달 꼬박꼬박 국민의 혈세인 세비는 받아가면서 고작 하는 일이란 게 장외로 나와 투쟁하는 것” 이라며 “정쟁만 벌이며 국가 재정만 축내는 국회는 더 이상 있어야 할 존재가치도 없으니 국회가 해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드러났지만 정치권의 무능, 무력으로 인한 국민들의 정치냉소가 극심해지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허전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민생법안 처리 ‘제로’ 의 식물국회 오명 탓인지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국회 해산’ 이란 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정치시계를 4월 16일로 멈추게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을 일삼으며 다른 민생법안까지 거부하면서 다툼이 철길 같은 대립 선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재야 세력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국민들의 쉼터인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채 시위를 연일 계속하며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유일하게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야 의원들이 첫 번째로 한 일이 고작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는 한 마음이 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정치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접었다는 국민들도 많다.

더구나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여당은 물론이지만 야당에서도 국민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농락을 당하고 우습게 보였기에 이런 상황이 왔을까 하는 자괴의 마음을 갖는 국민들도 많다. 특히나 새정치연합의 경우 여당을 비난했지만 엄밀히 짚고 넘어가자면 일부 야당의원들도 동참한 것이 사실이라면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이를 보면서 ‘50보, 100보’ 의 의미가 새삼 떠오른다.

추석을 전 후로 몇몇 지인을 만났다. 대부분의 분위기는 정치권에 대해 살벌할 정도로 우울하다. 한마디로 ‘정치에 대해 완전히 절망했다’ 며 ‘국민은 이제 정치인들에게 아무 희망도 찾을 수 없을 정도’ 라며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서민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체감경기는 완전히 바닥’ 이라고 긴 한숨을 내쉰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여야가 빨리 합의점을 찾아서 매듭을 짓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다른 민생법안은 뒤로 제쳐놓고 오직 세월호 특별법만 붙잡고 늘어지는 야당이 야속하고 세월호 이야기만 나와도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사욕(!)을 버리고 세월호법 매듭짓고 다른 민생법안 분리해서 처리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중요법안이 세월호특별법만이냐는 비난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중론은 “이런 개 같은 국회, 국가예산만 축내는 국회는 아예 이참에 국민의 이름으로 해산 시키자” 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토론을 하고 안건을 표결에 부쳐 처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일반시민단체와는 전혀 다르다. 뚜렷한 정책제시도 제대로 못하면서 필요에 따라 시민단체에 이끌려 다니는 새정치연합을 누가 제대로 된 정당으로 보겠는가.

뚜렷한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이 되다보니 시민단체, 노동조합, 이익단체, 심지어는 사고 유족 같은 집단들이 마구 휘집고 다니며 새정치연합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미 본회의에 상정된 ‘무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의장이 재량권을 갖게 된다. 의사일정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결정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단지 의장의 직권상정이 제한되는 건 상임위에 계류되어있는 ‘쟁점법안’인 경우다.

현재 본회의에는 경제 살리기를 포함해 ‘무쟁점 법안’ 91건이 올라와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의장의 역할이 중요한 때인 것 같다. 의장은 이런 법안들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처리 될 수 있도록 의장의 권한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야야의 눈치를 보면서 의장의 권한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새정치연합이 장외에서 투쟁하며 본회의를 거부하면 의장의 권한을 발휘해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국민을 위한 선택을 과감히 해야 한다.

따라서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까지 통과한 91건의 민생법안부터 통과시키고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양당 간에 최대한 쟁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충고한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해 폭발 일보 직전에 와있다. 부글대는 민심이 밥값도 못하는 국회, 해산시키는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유족의 동의가 아니라 국민의 동의가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도 더 이상 사법체계에 맞지 않는 수사권, 기소권을 고집하지 말고 수사와 특검 등은 사법부에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나친 요구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욕되게 할 수도 있다. 정치 집단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서 민심 또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월호 사태 이후 수개월동안 시간이 멈춰지면서 국회는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 국회가 됐다. 민생경제가 시급한 때다. 국민의 눈이 보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에서 ‘의장의 결단’은 매우 중요하고 선택은 의무적이다. 의장은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때 다. 더 이상 수면상태의 국회를 그대로 존속 시킬 수는 없다. 지금의 국회는 해산 시켜야 한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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