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게 세월이라 했는데 우리는 4월16일 세월이 멈춘 것 같다. 아니 멈추다 못해 고여서 썩기까지 했다. 한국 사회가 지난 4월부터 세월호 악순환의 늪에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4개월이 훨씬 지났건만 여전히 세월호에 막혀 수많은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등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분노가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임이 창피할 정도다.

잉여인간 같은 속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은 것도 그렇고 국민들이 낸 혈세를 꼬박꼬박 챙기는, 그러면서도 직무를 유기하는 철면피 같은 다수 의원들을 생각하면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을 정도다. 국회의 존재이유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 쟁취가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국회가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이 마치 특권층에 있는 자로 착각하며 민의를 대변하기보다는 시정잡배가 하는 것처럼 장외투쟁만 일삼는 자칭 투사(鬪士)들만 득실거리는 국회라면 그런 국회를 누군들 신뢰하고 믿겠는가.

꼴 상은 사납지만, 박대통령에게 육두문자를 쓰며 고함을 치던 일명 유민아빠로 뜬 김영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애간장 끊어지는 그 아픔이야 오죽하겠는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면서 동정이 짜증으로 변할 정도다. 그 만큼 대다수의 국민들의 눈에는 진정성을 떠나 그렇게 보여 진다. 얼핏 생각하면 ‘어느 누가 고집이 센 가 한번 겨루어보자’ 는 태도가 엿보인다.

특히 개같이 더러운 세상에서 죽으면 열사(烈士), 성공하면 16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단식을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금속노조원으로 밝혀지면서 전율마저 흐른다. 국민 다수가 세월호 문제가 빨리 매듭이 되고 산적한 다른 민생법안처리를 분리처리 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이 나라는 세월호 유가족만 있느냐. 세월호 소리만 들어도 이제는 지겹다.” 라고 할 정도로 마음이 돌아섰다.

어찌하다보니 비상식이 마치 상식인양 행세를 하는 기막힌 세상이 되어버렸다. 철부지 어린아이가 생떼를 쓰듯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야당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가세해서 이를 부추기며 여론화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내뱉은 말이나 거친 행동에 대해서는 정당화시키고 ‘그럴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상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있느냐?’ 며 비난하기 일쑤다. 급기야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사실이 현실로 되었다.

세월호 특별법에 목숨을 건 새정치연합이 국회를 등지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민주의회 의원인 본분을 망각하고 생떼를 쓰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두 차례나 합의를 해놓고도 유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책임을 대통령과 여당에 돌리면서 그 못된 버릇이 나왔다. 그런 파행으로 예정되었던 국정감사가 취소되었고 정기국회 일정까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정권들어 야당의 장외투쟁은 지난 해 8월 ‘천막 당사 54일’ 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국회 의사당에 있어야 할 의원들이 의사당을 떠나 장외투쟁을 하는 건 직무유기로 징계감이다.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청문회를 하기에 앞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청문회를 통해 검증을 해야 할 것 같다. 무식하고 저질적인 자격 없는 의원들이 너무 많고 일도 하지 않는 자들에게 막대한 세비만 세나가고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상식과 수준이 큰 문제다. 요즘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한국 정치를 보면 아주 공식이 정해져 있다. 대형사고가 터지면 사태수습에 앞서 정치쟁점화가 되면서 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국회기능이 일시 마비된다.

세월호보다 더 큰 대형사건이 터져도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일이 굴러가는 법칙이 정해져 있다. 사건은 사건으로 철저히 조사를 하되 다른 국정현안은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의사당 안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게 맞다. 사건의 진상 규명. 그에 따른 문책. 재발방지는 분명한 절차로 진행하되 경제. 민생. 사회등 주요 안건은 다수결 표결에 부치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법이 가장 중요한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틀린 말이다.

특정 사건의 수습을 위한 특별법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민생 법안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순위를 정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특혜문제도 형평에 맞지 않을 뿐더러 어떠한 명분도 없다. 국가의 명령으로 순직한 사람들과 단순 해상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동일시하고 순직자보다 더 많은 특혜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상식을 벗어난 야당은 어처구니없게도 특별법과 관련, ‘유가족의 동의’를 말하는데 어떻게 입법관계를 동의를 받고 할 수 있는가. 그런 경우라면 입법기관인 의회가 존재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문제는 국민 모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마땅한 법안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문재인 의원은 ‘국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단식을 한다.’고 이유를 댔는데 그 또한 아주 잘못된 생각의 말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도 아닌데 생떼를 쓰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그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 천만 명은 죽어도 좋다는 말인가. 철부지 어린 아이가 여자 어린이를 보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떼를 부리면 들어주겠는 가.

오히려 국회의원의 신분에 있는 사람이라면 박영선 비대위원장을 도와주면서 어떻게 하든 김씨를 설득을 시키고 법에 따라 처리되도록 이해를 시켜 단식을 철회하도록 했어야 옳다. 물론 설득을 시키려다 설득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단식에 동참했다 이 지경에 빠진 것도 안다. 이제 며칠 단식을 했으니 명분이 있다 그만 국회로 돌아와 대선후보였던 당의 중진으로서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의사당에 있어야 할 의원들이 장외로 나와 투쟁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안 좋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세월호로 한 몫 잡으려다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당이 아니든 가. 벌써 그 회초리의 따끔한 맛을 잊었는가. 그런 정신에서 계파싸움이나 하고 그 책임을 대통령과 여당에 돌리려다보니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는 것이다. 무모한 장외투쟁을 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행위는 국민으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기도 하겠지만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우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도 2년 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가. 하는 꼴을 보면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9.11테러에서는 3000여명이 희생되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수만 명의 주민이 조상대대로 살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다. 이들의 충격은 세월호 못지않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이나 일본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며 특혜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야당도 의회를 봉쇄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일은 없었다. 사건은 사건대로 처리했고 국가는 그대로 흔들림 없이 존재하고 있다. 세월호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인위적 사고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관철하려고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또 다른 사건의 재발을 부를 수 있다. 사실 말하자면 수사권. 기소권을 특검이 갖느냐, 진상조사위가 갖느냐, 특검 추천권을 누가 갖느냐, 동의권을 갖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누가 갖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가. 세월호특별법이 야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장외투쟁을 하며 대한민국 국정을 마비시킬 만큼 대단한 사안인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 기소권을 갖겠다는 것이나, 여야 입법에 유가족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나, 이 사안을 놓고 야당이 국회를 마비시키는 것이나 모두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비극을 겪은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요구사항이 정도를 넘어섰다. 야당의 장외투쟁에서도 박지원. 한명숙은 아예 그렇다 해도 지각이 있는 원혜영. 문희상 같은 중진의원이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이 못내 안타깝다.

이러다 새정치연합이 잉여정당으로 전락하며 ‘도로 민주당’ 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무능한 정당 투쟁만 일삼는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 새정치연합의원들이 사표를 낸다는 말이 들려오는데 이참에 사표를 모두 받고 세비 지출도 줄여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했으면 어떻겠는가. 대국민적 차원에서 국회해산운동을 할 때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