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ㆍ보선 공천이 갈수록 꼬이면서 정치권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후진성은 익히 알려진 바 있지만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게 공천이다. 여야 정당이 대통령 인사 혼란 뺨치는 공천 파행이 자행되면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사가 만사’라며 청와대를 강한 톤으로 질타하던 야당이 정작 자신들의 인사에선 정부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훨씬 못하다. 원칙도, 책임감도 없다.

확립된 제도가 없으니 권력이 개입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즉흥적으로 공천이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예비 후보들이 춤을 추며 웃고 운다. 15개 지역 공천을 한 번에 발표도 못하고 전략도 없고 비전도 없다. 단지 여론에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후진적 공천은 정치권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고질이다. 이는 여야 모두가 마찬가지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경선을 약속해 놓고도 여론조사라는 편법을 동원했다. 과거 여러 권력형 비리나 도덕적으로 문제된 사람들까지도 후보로 선정하려고 한다. 심지어 새 정치를 내세우며 창당한 새민련의 경우, 공천만 되면 당선되는 노른자위인 광주에도 경선 없이 전략공천이라는 명분 아래 안철수 사람을 심기도 했다. 이번 7.30 재보궐 선거에서도 여야가 지도부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아예 대놓고 주먹구구식 하향식 공천을 감행하고 있다.

여당은 인재난으로, 야당은 넘쳐나는 후보들로 속을 끓이고 있다. 양당 모두가 본인하고 상관없이 전략공천을 하기위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모양새 좋은 경선은 일부만 있을 뿐 핵심지역은 모두 지도부의 입맛에 따라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것은 그런 전략공천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아래 연고조차 없는 사람들까지 내세운다.

새민련의 안철수 공동대표는 서울 동작을에 자신의 사람인 금태섭과 3번이나 공천을 받지 못한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해 버리고 광주 광산을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박원순의 사람 기동민 전 서울시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 공천했다. 그리고 그 지역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 증인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하려고 한다.

당내에서도 권 전 과장이 국정원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폭로한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으나 공천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새민련의 텃밭인 광주광산을 조차 경선이 아닌 지도부가 공천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과 똑같다. 말로는 새 정치를 주창하면서 창당한 정당이 기존 정당보다 더 독선적이고 야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개혁공신도 아니고 경찰조직에서도 문제아로 찍혀 내 몰린 사람을 공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는 한 자리를 위해 광주시민 전체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용판 당시 청장은 상위법정에서 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진정성을 살리려면 권은희가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에 기웃거리며 정치적 야심을 갖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공천을 마치 권력으로 생각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또 당의 신진인사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중진 배제론에 걸려 공천이 배제된 상태에서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김한길 대표가 직접 영입한 최명길 전 MBC 부국장도 대전 대덕의경선 참여를 거부하고 예비 후보직을 사퇴하며 모양 꼴이 우스워졌다. 최 전 부국장은 당초 새민련이 전략공천까지 염두에 두고 영입해 온 사람이다.

광주에 자신의 사람을 심은 안 대표는 서울 동작을 당선ㆍ낙선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교과서형 정치를 하다 보니 차기대권만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그래서 누가 되든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박원순의 사람을 선택 한 것 같다. 자기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그들은 모두 주군을 떠났지만 안 대표는 태연하다.

새민련 안 대표는 대선에, 새누리당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당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는 꼴을 보면 서, 김, 안 모두가 의석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는 말이다. 새누리당 역시 평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이계를 자처하는 임태희 전 의원을 경선에서 배제했다. 이유는 지역일꾼이 필요한데 연고가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런데 그를 다시 수원 영통에 공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평택에는 연고가 있는 지역 일꾼이 필요하고 수원 영통은 상관없다는 것인가. 연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경우 지난 해 10월 화성 보궐선거에서 연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공천을 받은 바 있다. 서울 동작을을 예로 보듯 후보들이 연고지와는 상관없이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를 하고 있다. 그런 지역에서 과연 지역일꾼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공천에 원칙과 기준이 없다. 상대방이 무슨 패를 낼까 전전긍긍하며 전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난항을 거듭하며 이번 선거에 초점이 되었던 서울 동작을. 이제는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나경원, 새민련은 기동문, 정의당은 노회찬 전 대표가 출마키로 되어 3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네티즌들의 악성댓글로 박원순에게 패한 나경원의 설욕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른 지역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전남 순천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새민련 서갑원 후보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이정원이 후보로 나와 ‘친노 대 친박’의 대결이 예상되는 등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참신한 정치 신인 발굴하는 측면에서는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히 필요한 사람은 비례대표로 뽑으면 된다. 가능한 7~80%는 경선에 의한 공천으로 하고 일부만 필요에 따라 전략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을 알고 지역에서 활동을 오랫동안 하고 연고지라고 해서 공천이 당연시 되는 것도 무리다. 공천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확립된 공천제도가 없으면 의원이나 정치지망생이나 모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내 권력의 힘에 무릎을 꿇고 읍소 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유력주자들의 눈치를 보며 몸조심을 하는 것도 그렇고 새민련 역시 속으로는 사전 검증도 없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까지 공천을 하는 등 당이 ‘왔다 갔다’ 한다고 비난하면서도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는 것도 그렇다.

국가 개조 작업을 추진해야 할 정당과 국회가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니 혈세를 내는 국민들로서는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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