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성 교수, "고위험군 1차 약제 적용 필요"

"와파린은 뇌출혈 부담을 피할 수 없다. 효과가 좋고 모니터링 필요 없고, 장기 처방이 가능한 약제가 있는데 비용 문제로 처방 자체가 막히는 것이 문제다."

포스트 와파린 시대를 연 노왁(NOAC, 자렐토 프라닥사 엘리퀴스)들이 시장 진입엔 성공했으나 기존 약물 대비 높은 약가로 허들에 묶여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약물 처방 이후 '삭감'되는 사례가 발생되거나 급여 기준의 한계로 의료 현장에서 '자체 장벽'이 설정됐다는 지적이다.가격이 낮다는 외에 장점이 없는 와파린을 약물 부작용까지 감수하며 처방하고 있는 의료 현실에 대한 토로다.  

구자성 서울성모병원(신경과 뇌졸증센터,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교수는 최근 메디팜스투데와 만난 자리에서 와파린과 차세대 항응고제 약물들의 차이를 설명하며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먼저 와파린 환자 복용률이 5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출혈 부작용으로 의사에게 역시 부담스러운 약제"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약제들은 와파린 대비 뇌졸중 예방효과가 우월하거나 유사하며, 출혈 부작용에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와파린은 음식간 상호작용 걱정으로 환자들이 복용하기 어려운 약제"라고 꼬집으면서 "약효 발현과 중단 이후 추이도 3~5일에 걸리는 반면 노왁들은 하루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환자, 와파린 출혈 부담 높아

와파린은 많은 임상을 통해 아시아 환자에게서 출혈 부작용이 다른 인종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출혈 발생 비율 역시 아시아 환자군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약제다.

구자성 보험이사는 "신약은 와파린에 비해 효과도 좋지만 안전성 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고, 뇌출혈에 이점이 많은 약물로 아시아 국가에서 필요한 약제"라면서 "그러나 한국 의료 시장에서는 차세대 항응고제들을 사용하는 여건이 녹록찮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왁을 처방하려면 현재 급여기준은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나 와파린으로 INR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라에게만 가능하다"면서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는 와파린을 복용한 후 출혈이 많았던 환자인데, 이런 환자는 역시 NOAC도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현재 급여 기준을 맞춰 처방한다면 와파린이 맞지 않는 환자에게 처방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심평원이)급여 기준을 너무 일방적으로 명문화해 정해 놓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심평원이 실시한 노왁 심의 사례에서 대부분의 처방 사례들이 삭감 케이스에 포함됐다.

구자성 교수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약을 쓰고 삭감을 받으면 약을 쓰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심의 사례를 통해 의사들이 삭감을 당하면서 웬만하면 와파린으로 맞추려고 한다"면서 "심방세동환자 10명 중에 1~2명만 급여로 노왁을 사용하고 있고, 일부는 비급여로 노왁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자성 교수는 와파린을 썼던 환자들이 노왁을 써본 이후 복용편의성과 약효로 비급여를 자처, 약물을 처방받는 사례라 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노왁을 사용해본 환자들은 음식에 부담없이 약을 먹을 수 있다는데 행복해하고, 약값에 대해서도 충분히 부담을 지겠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다만 상당수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와파린을 사용한다"고 아쉬워 했다.

보험재정 부담 없는 선에서 급여 변경해야

구자성 교수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노왁 급여 기준을 바라보는 학계간 입장차에 대해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대한뇌졸중학회는 노왁 사용 범위를 CHADs 스코어 2점으로 제시했다"면서 "재정부담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우선 쓰도록 권해야 한다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이렇게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학회에서는 CHADs-VASC 스코어를 제시했으나 노왁 임상 기준이 CHADs 스코어여서 다시 CHADs-VASC 스코어로 환산하려면 복잡하다"며 "기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고위험 군에 노왁을 1차약제로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성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처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회 임원진들도 의료보험 재정을 생각하고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뇌졸중은 재발 위험이 높고 뇌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쓰게 해달라는 것인데 이것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급여기준에 묵여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노왁을 처방하는 관련 학회들은 현재 심평원에 급여 변경을 위한 의견서를 올해 초 전달한 상태다. 아직까지 심평원으로부터 어떠한 답볍서를 받은 학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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