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 결과는 참으로 절묘한 균형, 황금 분할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를 호기 삼아 ‘정권 심판론’을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이에 맞서 ‘정권 안정론’을 호소한 새누리당 어느 누구 한쪽에게도 유권자인 국민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어느 당이든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그러나 ‘세월호 민심’ 이 이번 선거에서 요동을 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전 불감증의 나라, 침몰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화두로 온 나라가 뜨겁게 달구어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아쉽게도 또 정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자신의 방식대로만을 고집하는 불통과 불관용의 사생결단 정치로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이기고 졌다고 판단할 입장이 아니지만 정치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과 일명 관피아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개조 작업을 선언했으나 일방적 선언을 취했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형식절차를 생략 했으며 또 야당과의 협조도 아예 무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서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공감과 배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뜻에서 향후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를 한 것이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들의 과오는 접어두고 오직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 대통령 정부에 있는 듯 소위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를 맹공격하는 이슈로 삼았지만 이 역시 국민들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자신부터 변하고 혁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 으로 오직 분노와 비난만이 무성하고 잘못만 지적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국정 협력은 고사하고 투쟁 일변도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못 마땅했다. 그러다보니 집권세력의 무능과 무책임이 여과 없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심장이라 일컫는 수도권에서 패배의 잔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참에 야당도 무조건 정부에 대해서 반대 아닌 반대만 하면서 갈등을 보이기보다는 집권세력과 함께 국정운영의 중요 책임자라는 인식이 매우 절실하다고 본다. 자신과 당의 실리 추구에 앞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정 운영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체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야가 단계마다 국민이 마련해준 의사당에서 합의하면서 도달해야 할 과정의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 의사당을 외면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시정잡배와 같은 투쟁은 이제 정치인이라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추한 모습들은 이제 국민들로서는 신물이 난다. 이제 혈전의 지방선거도 끝났고 세월호 참사도 50여일을 넘어섰다. 앞으로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종교단체, 학교 등이 더 이상 세월호 참사를 놓고 정부를 비난하거나 ‘박대통령 퇴진 운동’ 등 거리의 촛불 시위는 삼가 했으면 한다.

이제는 온 국민이 마음을 추스르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경제는 사실상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꿎은 어린 생명들의 희생 앞에 비통함과 자괴감이 국민들의 마음을 짓눌렸던 것만은 분명하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고 기업은 신제품 출시와 투자를 미뤄왔다. 백화점의 매출도 떨어졌다. 웃음 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침통한 표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 결과는 4월 산업 활동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줄었고, 영세ㆍ골목상권이 대부분인 서비스업 생산은 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달궈지던 부동산 시장의 온기도 식어가고 있어 부동산 업계가 침통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국민 총 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나라 밖 사정도 예측불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고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과 엔저가 맞물리면서 일본 기업의 역습도 우려되고 있을 정도로 참담하다. 나라 안팎 곳곳이 암초요 지뢰밭 투성이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만큼 경제사정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언제까지 망연자실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단연코 말하건대 지금은 박대통령의 퇴진을 부르짖는 분노만으로는 ‘제 2의 세월호’ 를 막을 수도 없거니와 국정운영이 흔들리면서 경제 침제와 국가의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어쩌면 더 큰 위기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재난으로부터의 안전뿐만 아니라 궁핍과 실직 같은 경제 불안으로부터의 안전 또한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인재로 발생한 세월호의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 젊은이들이 실업난에 시달리고 골목상권과 영세서민의 생계가 위협 받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재발방지 대책과 안전시스템의 구축은 국회에서 차분히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꺼져가는 경제회생의 불씨를 살리는 일 또한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잃어버린 경제 활력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으려면 우선 국민들로부터 눈총 받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한다.

우선 총리 인선도 시급하지만 경제팀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유임ㆍ교체 여부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만이 세월호 참사 이후 공백 상태나 다름없는 경제 리더십을 다시 내세울 수 있다. 정부는 올 초 공기업 개혁과 규제 완화를 두 측으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이미 밝힌바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안전 이슈가 중점 부각이 되면서 방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었지만 엊그제 박 대통령이 공공개혁을 비롯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집중적으로 챙기겠다고 밝히면서 경제활성화로의 복귀를 선언 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했다고 생각된다. 국회의 역할도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로 드러난 민심은 여야에 대한 타협과 상생을 주문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선 정치권부터 정치적인 세월호 책임 공방과 대립, 갈등을 접고 민생 관련 법률안 처리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당장 총리와 장관 인사 청문회부터 여야가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에 앞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국가혁신을 위한 협조적 분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갈등과 분열의 선거가 끝났다.

먼저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한 사람의 애국 충정심도 헤아려 그들의 의견을 활용하겠다는 관용과 열린 마음을 보여야 한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세월호 참사는 여야, 국민의 마음속에 ‘안전의 가치’ 라는 시대정신을 심었다. 박대통령의 국가 개조와 야당의 혁신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옛말에 외나무다리위의 염소가 양보를 하지 않고 싸우다 두 마리 모두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야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양보를 하지 않고 갈등과 마찰로 대립한다면 결국은 모두가 자멸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신뢰를 잃다보니 혹 국회의원 폐지, 해산이라는 말이 국민들에게서 나올까 해서 하는 말이다. 다음 달 선거를 생각해서도 국정에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농사에만 때가 있는 게 아니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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