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 국민은 여전히 깊은 슬픔에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만큼 충격이 컸던 것이다.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에 그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 모두는 눈물의 기도를 했다. 가정의 달인 오월이지만 모든 부모들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꽂지 못했다. 이 시간에도 합동분향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만, 수십만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애도를 표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기존사회를 향한 안타까움과 원망, 그리고 분노의 발걸음이기도 하다. 속보 뉴스에 ‘전원구조’ 라는 언론의 오보만 없었더라도,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선장이 했다면, 출동한 해경이 객실이 있는 뒤편으로 먼저 갔었다면, 생사의 일분일초를 다투는 시간에 해경이 해군과 민간잠수부의 투입을 막지 않고 오로지 승객을 구하려는 필사의 노력을 했더라면,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승객들을 이토록 허망하게 바다에 수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려움 속에서도 어른들의 구조를 믿고 기다린 아이들, 그들의 그 때의 참담한 심정과 생떼 같은 아들딸들을 졸지에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부모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생각 할수록 기가 막히고 이번 참사의 원인이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와 해양관련단체의 유착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분개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다른 태도의 공직자들의 안일한 행태다. 관련자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잘못과 과오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물어 엄벌에 처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직에 있는 관련자들을 희생양 삼아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으로 끝을 내리려고 하면 안 된다.

일부에서는 유가족들을 충동질하며 박 대통령의 사퇴까지도 요구하며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470여명(추정)의 탑승자가 타고 가던 세월호의 침몰 과정과 그 이후 이어진 수많은 희생의 참담한 아픔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고 또 구조작업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책임론과 사퇴요구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번 참사는 한국 사회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옆으로 제쳐놨던 도덕과 의무, 정의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참담한 교훈일 수도 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린 고도성장의 한국 사회 내면에 깊이 자리를 한 부정과 부조리, 불합리로 인해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희생제물이 되고 말았다. 자연재해로 인한 희생이었다면 서로 껴안고 위로하며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인재가 되면서 그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하고 닫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희생에 따른 분노의 감정을 불화로서만 끝내서는 안 된다. 부정에 대한 분노는 당연하지만 과거와 같이 몇몇 관련자들을 처벌하면서 위안을 삼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불순세력들이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 악 글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데 이를 그대로 믿고 퍼 나르기를 하면서 불신의 정부로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는 것이다.

고의는 아니지만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를 하기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가 엄격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 책임의 주변에는 이제까지 무책임으로 지적을 하지 않은 우리 모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관련자 처벌만으로 끝내면 안된다. 책임만 묻다보니 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징계로 끝난다. 그 한 예로 서울지하철을 들 수 있다.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총괄 기관인 서울시는 뒤늦게 현장브리핑을 실시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지난 달 중순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그래서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대형 인재(人災),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터진 또 다른 사고였다. 이때도 지하철 사고 당시 전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전동차 내에서 대기해라”는 안내방송에 불안해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론은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정작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에는 소홀 했던 것이다.

서울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눈치 빠른 박원순 시장은 세월호 참사 때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을 목격했기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재’임을 스스로 밝혔다. 또 박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낡은 전동차를 교체하는 데 5700억 원을 투입 할 것이라는 개선책도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조사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도 서울시는 안전 점검에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 책임자인 박 서울 시장은 지금까지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전동차를 운행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1000만 명에 이르는 서울시민과 수도권 거주자들의 목숨을 ‘천운’에 맡긴 꼴이 되었다. 신호기 고장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지만 사실은 잘못된 부분은 낡은 전동차 운행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의 59%가 노후화 됐기 때문이다. 박 서울 시장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분노하며 슬픔에 빠져있을 때도 안일한 생각에서 안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이다.

5월에 들어서만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를 계기로 보름 사이에 무려 다섯 건이나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지하철 2호선 사고 발생하면서 전동차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열차 사고가 지난 8일부터 하루에 한 번 꼴로 터지고 있어 안전 불감증에 걸린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음에도 박 시장은 안전대책에 대해 지휘 감독에 소홀했다. 이 처럼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맞은편에서 전철이라도 왔으면 대형 사고가 날 뻔 했지만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박 시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고 지도자로서 책임을 묻듯이 박 시장에게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박 시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서울 시장 출마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시민에 대한 예의다. 정의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점은 우리의 편견과 함께 실천의지 부족이다.

또 얼마 지나지 않으면 망각의 편리함에 기대어 ‘부정의’를 잊는 우리의 의지 부족에 있다. 지금은 분노와 불화를 줄이고 준엄한 냉정함으로 정의를 세우는 기회로 삼은 것이 부당하게 피해를 본 피해자와 희생자의 뜻을 기리는 일이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들이 노란 리본의 바람대로 가족의 품에 안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말 한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반성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며 정부를 감독하는 어른들이 되겠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