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방에서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가 북한제가 확실시 되면서 벌써부터 여당은 여당대로 ‘박근혜 정부의 안보 무능’이란 꼬투리를 잡힐까 우려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호재를 만난 듯하면서도 여당이 이른 바 ‘북풍(北風)’을 일으킬까 우려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추한 몰골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에서 여야 정치권이 선거철 ‘안보장사’에 나서 국민들의 불안을 표로 연결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중구난방으로 ‘무인기 문제’를 놓고 큰 소리로 국방부만 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만 키운다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방부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과정에서 북한소행임을 밝힌 바 있으나, 일부 단체와 정치인들이 천안함 피폭 때처럼 북한소행임을 믿지 않고 오히려 선거철을 이용한 정부 조작으로 의심한다는 것이다. 무인기로 우리 사회는 두 번이나 놀랬다. 우선 3대나 추락할 만큼 형편없는 북한의 기술 수준(일부에선 고의로 추락설)에 놀랐고 그런 무인기에 영공이 뻥 뚫린 한심한 군의 기강과 초동대응마저 엉망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소름끼치도록 놀랬다.

더 놀라운 것은 ‘새 정치’를 다짐한 야당소속 정청래 의원의 강심장의 말을 듣고서다. 천안함 피격 때도 진보 쪽은 수많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정밀감식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들에게는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KAL기 폭파 때도 그러했지만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진짜 전문가들이 괴담 전문가에게 못당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 괴담은 두고두고 진보진영에 대한 불신감만을 조장할 뿐이다. 이번 국방부의 중간발표 뒤 이를 반박하듯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무인기의 북한 소행은 코미디”라 했다. 광명납작체와 주체연호가 없고 연료 5kg을 싣고 12kg짜리 무인기가 이륙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돌출발언은 ‘나꼼수’ 김어준 씨의 ‘북한 무인기로 단정하기 어려운 4가지 이유’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김씨는 “기체에 어떠한 그을음이나 윤활유도 묻어 있지 않다”며 “과연 날기는 날았을까”라며 비꼬는 투로 따져 물었다. 또 다시 진보 네티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큰 천안함 갖고도 장난쳤는데…. 소형 무인기는 식은 죽 먹기” 한마디로 북풍조작으로 몰고 가고 있다.

북한군이 남한에 내려온다면 금방 들통이 날 북한 군복을 입고 북한 사투리를 쓰겠는가? 아니면 국군 복장을 하고 서울말을 쓰겠는가? 답은 나오지 않겠는가! 정청래 본인은 그런 흑심을 품고 있지 않겠지만 자칫 그 같은 막말은 이적행위를 할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꼴’이라 할 수 있지만 정 의원의 그 같은 돌출발언 이후 3일 만에 천안함 사건에 이어 무인기도 모략, 날조라며 어처구니없게도 “천안함 사건을 포함한 모든 ‘북 소행’ 관련 사건들을 공동조사 하자”고 했다.

물론 이런 제의를 우리 측에서 수용할리는 만무하다. 북한 국방위는 정 의원 발언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도둑이 제발저리듯 불안해할 때 정청래가 본의아니게 빌미를 제공해 준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새 정치’ 간판으로 바꾼 ‘새정치민주연합’ 정말 왜 이러는지. 안철수 공동대표의 ‘새 정치’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오직 국민에게 자꾸 묻기만 하는 안 대표에게도 책임이 따르지만 저런 국회의원이 있어서다.

국방부 책임론을 따지기에 앞서 정 의원이 먼저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공개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김한길 공동대표가 언급을 했지만 당 차원에서도 공식사과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과거 4년 전과는 엄청 다르다. 당시 이명박 정부 심판과 무상급식 이슈는 파괴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박근혜 지지율이 60%를 넘나들며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중간 심판론이 먹혀들 기미가 보이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경기도 모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은 되레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미 유권자들이 ‘짝퉁’ 복지에 생돈이 더 들어간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국에 정청래 발언은 고약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지난 총선 때 나꼼수의 김용민, 대선을 망치면서 유명인사로 급부상한 모 정당 대표처럼 또 하나의 ‘X맨’이 되어 표를 깎아 먹을지 모른다.

새 정치가 새 정치의 터를 닦으려면 내부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에는 안보, 안보에는 보수’라는 원칙을 확고하게 보여줘야 한다. 시시콜콜 소신도 없이 “국민에게 묻겠다”면 정치지도자가 왜 필요한가. 번지르르한 말은 누구도 할 수 있다. 그런 지도자가 있는 ‘당’이라면 새 정치 피로증, 권태감만 쌓일 뿐이다.

북한과 휴전상태에서 대립관계에 있는 현상에서 ‘안보에는 보수’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자꾸 “안철수 자꾸 헷갈리게 하네. 새 정치 한다며 새 정치가 뭐 이래?”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유권자들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큰 것 같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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