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엽 한국다케다제약 사장 "다케다의 저력은 이제부터"

다국적제약기업 CEO 릴레이 인터뷰2

"다케다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을 키 마켓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제약 기업이 신약을 출시하고 싶어도 (약가문제로)한국에서 발매를 늦출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보건당국이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신약 진입 기피 국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춘엽 한국다케다제약 사장. 글로벌제약 시장에서 한국이 성장하려면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제약환경이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으로 메리트를 잃으면서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자력 발전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폭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제약산업은 어떤 발전 경로를 밟아야 하는 걸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역으로 다국적제약사 CEO들을 릴레이로 인터뷰 해 보았다.

그들이 전망하는 한국 시장의 미래와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오늘 만나는 이춘엽 한국다케다제약 사장은 한국GSK, 얀센, (구)한독약품을 거치며 제약업계에서 선굵은 행보를 남겼던 인물이다. 현재는 다케다제약을 총괄하면서 매년 플러스 성적표를 내고 있다. 올해는 당뇨병치료제, 항암제, 진통제의 성공적인 랜딩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번 CEO 인터뷰에서는 이춘엽 사장이 일본계 다국적제약기업에서 일하며 느끼는 소회와 함께 국내 제약환경의 변화와 전망, 그리고 다케다의 행보에 대해 객관적이면서 때론 주관적인 이야기들을 펼쳐본다.

-한국 제약시장이 약가인하 정책으로 어려운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걱정이 많다. 약가인하 문제는 세계 각국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다. 각 정부마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제약회사는 기본적으로 R&D 베이스를 가져가야 한다. 신약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짜야 하고 위기를 빠져 나올 수 있는 돌파구 찾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델'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제약산업은 리베이트라는 이슈가 불거져 사회문제가 됐고 이로 인해 제약사 평판이 떨어졌다.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제약업계가 존경받는 업종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약가인하로 신약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보령제약 카나브의 경우 한국에서 우선적으로 약가를 제대로 평가 받았어야 했다.

약은 일단 가격이 책정되면 다른나라에 진출할 때 그 기준으로 가게 된다. (한국에서 낮게 받게 되면)해외에서 제 가격을 받을 수 없다. 보령제약 카나브를 예로 들었지만 역지사지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국적제약 기업도 신약을 출시하고 싶어도 한국에서  발매를 늦출 수 밖에 없다. 필요한 약을 환자에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보건당국이)이 지금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신약 진입 기피 국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어떤 것이 국익에 이득이 되는 방향인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케다 본사는 한국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국 제약시장을 '키 마켓'으로 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에서 어떤 계획이나 협력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고, 실제로 실행하는 부분도 있다. LG생명과학과 삼양사와는 각각 공동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한국 제약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다케다도 그렇지만 한국 제약기업들도 서로를 돕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시장 지원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를 재단으로 돌렸다.)다케다 사이언스 재단은 40년이 됐는데, 초기부터 한국 의사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것을 음덕양보(陰德陽報-남이 모르게 덕행을 쌓은 사람은 뒤에 그 보답을 받게 된다)라고 하는데  다케다가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일본 경영의 미학 같은 것인데, 이익을 위해 함께 했던 회사를 뿌리치거나, 같이 가고 있는 이들을 내치거나 하지 않고 꾸준히 함께 간다. 아직까지 일본의 경영 미학 같은 게 그대로 있는 곳이 다케다다.

-다케다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 한국에서 어떤 입지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나?

예전에는 글로벌 제약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보니 다케다가 일본 기업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일본제약기업이면서, 존경 받는 회사라고 말하고 싶다.

환자나 고객의 입장에서 이미 유명한, 우수한 회사는 됐다. 그러면 가야 할 길은 아름다운 회사가 되는 것이다. 사회에 기여하고, 한국과 일본 간의 평화라든지 가장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3년간 한국 대표를 맡으면서 느낀 점이 기업간에 서로 존경하면서 또 성공적인 파트너쉽을 유지하면서 가는 상생의 의미를 생각해 봤다. 파트너 쉽에서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파트너의 성장을 위해 조력하는데 집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 실제로도 그렇고.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

기존 자사 품목들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다케다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춘엽 사장. 그는 해당 제품들을 '주력 품목'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처음 진출했을 때는 기존 제품으로 성장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에비스타를 첫 품목으로 시작해 시장에서 2위 품목으로 키웠다. 액토스도 상당히 고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우리가 초창기 3년 동안 커머셜 역량을 집중해서 나타난 결과다. 이제 신제품이 나오는데 3년 동안 비축한 역량을 쏟아 부울 것이다. 당뇨병치료제 네시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주력할 방침이다.우리 회사 미션이 '환자를 위한 제약사'다. 또다른 발전 축은 파트너다.

그동안 우리와 파트너를 맺은 회사들이 다 잘됐다. 이건 자랑해야지(웃음). 초기 한국 시장 진입 때 '약을 뺏어간다'는 말도 많았고 실제로 그런 기사들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가져온 약은 하나도 없다.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도 파트너들이 잘 됐고, 현재까지 좋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해를 더해갈수록 오히려 파트너쉽에 더 확대됐는데 이것도 하나의 변화 중 하나다.

정리를 해 보니 그동안 다케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해 커머셜 역량 확대, 파트너쉽 확대, 인재 확보 시스템 구축이라는 걸 해냈다.

앞으로도 좋은 신약을 환자에게 공급하면서 파트너쉽을 확대하고 인재 확보 및 개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그리고 아까 매출을 물었는데, 지난해 매출은 IMS데이터 기준으로 2.2% 성장했다. 전년대비.

-대표를 맡았을 때 본인에게 주어진 미션이나 과제가 있었나?

글로벌 인재 육성과 한국 사회에서 봉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지금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먼저 한일관계가 힘든데 일본 회사니까 (한국사회에)'봉사'하면서 양국의 어려운 관계를 푸는 역할을 하고 싶다.

'건강 문맹율'을 높이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 중 하나다. 요즘에 어린이 뮤지컬이나 건강동화책 등을 내고 있는데 이런 활동이 건강문외율을 높이는 것 중 하나다.

글로벌 인재 육성은 현재까지 두 명을 수출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고 싶다. 또 세계 시장에서 뛰었던 훌륭한 인재들도 역으로 들어오게 해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려고 한다.

한국 대표를 처음 맡았을 때 인재들을 뺏어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나중에는 우리 회사에 좋은 인재들이 많아서 다른 회사들이 스카웃 해가려고 했으면 좋겠다(웃음).

올해부터는 신입사원을 뽑는데 MR 비중을 높이려 한다. 현재 인력이 180명 수준인데 200명 정도의 규모를 만들려고 한다.

-3년 경영을 총평해 달라.

인터뷰 하는 내내 이춘엽 사장은 한국다케다제약을 '우리'라고 통칭해 불렀다. 회사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잘 해왔다. 일본 본사의 한 임원이 한국다케다는 아기니까 잘 보살펴야 한다고 표현했는데, 내가 그랬다 지난 3년은 아기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라고 말했다. 잘 성장하고 있고, 더 좋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총평을 해 달라는 말에 그는 주력 품목과 향후 대기 품목들을 나열하며 특장점을 소개했다)올해는 DPP-4억제제인 네시나가 나오는데,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DPP-4억제제 가운데 최초로 설포닐우레아제제보다 우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장점들이 잘 전달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액토스와 글리메피리드 복합제인 액토스릴도 허가를 받은 상태고,  네시나와 액토스의 복합제 오세니도 곧 나올 예정이다.

당뇨시장 뿐 아니라 지난 상반기에는 제일약품을 통해 PPI신약 덱실란트를 출시했고, 항암제 분야에서 골육종 치료제 미팩트와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돌발성 통증치료제 인스타닐은 조만간 국내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신신경용제와 항암제 분야, 나잘스프레이를 비롯한 OTC, 만성근육피로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등 다방면에서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응원해 달라. 나도 다케다에서 꾸준히 성장을 주도하며 나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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