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훈 회장 "스스로 전문성 높이는 학회 만들 것"

제약산업에서 종사하는 의사들의 모임으로 여겨졌던 한국제약의학회가 회원 가입 확대와 다양한 서브 미션을 만들어 내며 '산업을 위한 상아탑'으로 존재하기 위해 발돋움을 하고 있다.

학회는 제약산업의 발전에 따라 의료현장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약계 의료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약산업 발달 매개체'로의 역할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 

지난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명훈 한국제약의학회 회장은 "제약사와 의사들 간의 파트너쉽이 형성되면서 의료현장의 요구 증가 속도가 제약사의 공급 속도보다 빨라졌다"면서 "이러한 현장에서 제약의사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그런 역할에 충실을 기하기 위해 학회가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제약의사 역할이 가교임상 연구자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그 분야와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어 학회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학회는 각각의 맞는 전문화된 스터디를 통해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원 수 150명 규모의 한국제약의학회는 의료 현장과 제약현장을 매개체로 하는 전문 인력에게 문호를 개방해 의료 발전과 제약산업의 발전에 쌍방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명훈 회장은 "약사와 간호사는 물론 생명공학이나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박사들을 대상으로 학회의 문을 넓혀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수요가 의사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다른 의료인이나 과학자들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제약산업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위상을 높이며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경험있는 선배들과 후배들이 결속력을 다지면서 역량을 끌어줄 수 있는 모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약산업과 의료현장의 연결고리 '제약의학회'

김명훈 회장은 제약의학회 소속 의사들을 제약산업과 의료현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제약업계 종사하는 의료인의 필요성을 부각한 말 일터.

그는 "의사 경력이 12년이 됐고 이후 제약업계로 넘어와 종사한 지 13년이 더 흘렀다. 그동안 참 많은 변화들이 있어왔다"면서 "처음 제약의사들은 신약을 허가 받기 위한 가교임상 연구자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제약사와 의사간 가교 역할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료현장에서의 니즈를 회사에 전달하고,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약의사들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임상결과나 신약들의 주요 메시지를 의료현장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의료현장의 피드백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회사로 전달해 임상이나 신약개발 과정 등에 더해지도록 히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약의사들은 다국적제약사에 다수가, 국내제약사엔 소수가 근무하고 있다.

필요도에 따라 채용인원이 달라지는 제약의사들은 업체들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하는 일도 제각각이다. 다만 이들은 제약사의 신약개발, 임상 등 R&D 영역을 중심으로 기획, 마케팅, 홍보, 시스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명훈 회장은 "과거 제약의사들은 임상을 전담했지만 현재는 의료진의 아이디어를 글로벌 신약개발로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사와 현장의 선생님들이 동료 이상의 파트너쉽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긍정적 경험들이 제약사에 전달되면서 제약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과거 제약의사 수요가 다국적사에 집중됐었다면 현재는 국내 유력 제약사에도 흡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또 "다국적제약사들이 진행하는 임상에 한국의사들이 참여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글로벌 제품 임상에 한국이 참여하는 비율 또한 높아졌다'면서 "이런 노력이 과거와 다른 공동의 목표로 변화하면서 제약의사들의 공헌도가 인정받아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임상연구 책임자가 돼 진행하는 연구도 적잖을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제약의사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약가정책과 정책 불투명성 

김명훈 회장은 한 시간 반이 넘는 긴 인터뷰를 통해 제약의사들의 기여도와 한국제약시장의 위상 변화, 세계 임상 트렌드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유쾌한 답변들을 이어나갔다.

반면 국내제약산업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을 토로하며 불투명한 정책 방향, 낮은 약가 기조 등은 변화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제약산업 시장에서의 위치도 적은데다, 신약개발 및 제약시장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임상으로 세운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훈 회장은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의 약가체계와 지난해 단행된 일괄약가인하 등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최근 한국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약가 수준 또한 낮아서 한국에서 먼저 약가를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 제대로 된 약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밖에서 보면(해외에서) 한국은 일괄약가인하와 같은 정책으로 상당히 예측 불가능한 나라로 일관성이 없게 보인다"면서 "현재 한국법인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국적제약사의 한국법인 위상 하락은 물론 글로벌 임상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으로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임상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명훈 회장은 "한국인이 책임연구자로 진행하는 임상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증가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 지금의 위상은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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