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저버지 폭로, 화이자, 글락소 등 다국적사 재정지원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루타 실험'에 재정적 지원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어린이의 천국이라는 미국이 오명을 지울 수 없을뿐더러 다국적 제약사들도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저버지가 최근 폭로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AIDS 바이러스 보유자 전문 요양시설인 '인카네이션 어린이 센터(Incarnation Children's Centre)'가 1989년 설립 이후 2002년까지 3개월에서 5세 사이의 영ㆍ유아 100명을 대상으로 주로 AIDS 치료제의 독성과 안전성, 내성 등을 검증하는 임상 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실험에 동원된 영ㆍ유아들의 대부분은 흑인, 라틴 아메리카계 고아들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화이자, 지넨테크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약품과 재정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글락소는 1995년 이래 흑인, 라틴 아메리카계 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에 최소한 4차례이상 후원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들 영ㆍ유아들에게는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진 AZT 등 AIDS 치료제와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 등 시험용 약품이 대량으로 투여됐다.

영ㆍ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7가지 약품을 혼합한 칵테일 요법'이 4세 된 어린이들에게 실험됐다.

6개월 된 아기에게 허용량보다 배나 많은 양의 홍역 백신을 투여한 뒤 반응을 지켜보는 실험도 이뤄졌다.

약을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위벽을 뚫어 직접 위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튜브 시술이 이뤄졌고, 상당수 어린이들은 이런 약물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약품은 대부분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은 안정성이 입증되지 약품들로 알려졌다.

옵저버지는 미국판 '마루타'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임상실험은 컬럼비아 대학 병원인 '프레스비테리언 병원(Presbyterian Hospital)'이 주관하고,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와 국립아동보건연구소가 후원하는 등 정부 기관들이 대거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인권운동가 리엄 셰프가 1월에 '생체 시험'에 대한 A4 8쪽 분량의 탐사보도를 인터넷에 올려 폭로한 데 이어, '뉴욕포스트'가 2월말 기사화하면서 표면화됐다.

보건단체들은 어린이들이 마치 실험용 동물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미 FDA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뉴욕시 보건당국은 4월부터 진상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임상 참여는 약품 연구 또는 자금 지원에 국한한 것으로 환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번 실험과 관련된 기관 관계자들도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아동들이 다른 방법으로 받을 수 없는 첨단 치료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실험을 옹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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