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노조 갈등고조...'경총 개입설' 제기돼

한달 가까이 진행된 논의에도 불구, 결국 사립대병원 대표단 구성이 무산되면서 산별교섭이 최대 난국에 봉착했다.

7일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윤영규) 및 병원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3차 산별교섭은 사립대병원과 노조간 입장차이만 극명하게 드러낸 채 별다른 결론 없이 2시간만에 마무리됐다.

먼저 윤견일 원장(이화의료원)은 이 자리를 통해 "나는 오늘 사립대병원 대표단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라 이화의료원대표자격으로 왔다"며 "누가 (산별교섭 같은) 무거운 짐을 떠맡겠느냐"고 밝혀 사실상 대표단 구성이 무산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그는 "최초 21개 사립대병원이 교섭에 참가하기로 했으나 현재 8개 병원만이 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교섭을 빨리 진행하고 싶지만 이제는 대표단 구성논의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영규 위원장은 "지난 교섭에서는 (윤 원장이) 대표단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 확실한데 갑자기 무슨 얘기냐"며 "이것은 사립대병원측이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교섭논의에 대해 불성실한 자세라고 밖에 생각치 않는다"고 추궁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현재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이 문제에 개입해 사립대병원들의 특성별교섭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이는 대화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며 이른바 '경총개입설'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윤 원장이 경총개입설을 극구 부인하면서 한때 양측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민간중소병원 대표로 참석한 이성식 원장(소화아동병원)은 일괄중앙교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조가 한발 양보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참석자들은 경총 등 제3자 교섭 참가와 특성별 교섭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일단 다음 교섭일인 14일에는 사립대병원대표들을 모두 참석시켜 재논의하자고 결론지었다.

이로서 지난주부터 대표단이 구성된 민간중소병원, 지방사의료원 및 특수병원만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사립대병원문제 등으로 상당기간 난항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노조측은 교섭논의가 이같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게 된다면 양측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사립대병원단에 1차 경고한 상태.

국립대병원의 경우 실제로 8일부터 서울대병원 집중타격투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사립대병원과 노조의 마찰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사실상 산별교섭논의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사립대에 대해 노조측이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14일 열릴 4차 교섭에서는 양측이 과연 얼마나 이같은 입장차를 줄여 교섭을 진행시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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